교육 전문가들은 올해 수능도 문·이과 통합형 시행이 예고된 만큼 '문과 침공'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 통합 수능으로 피해를 보는 문과생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이과 수학을 선택하는 교육 과정 왜곡이 심화하고, 관련 사교육 시장만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유성룡 에스티뉴니타스 소장은 1일 아주경제에 "자기가 응시한 집단 내에서만 성적을 보면 문제가 없지만 지금은 구분 없이 산출해서 문제가 나타난다"며 "2023학년도에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교육 쏠림 현상이 더 심화하는 문제도 발생할 것으로 봤다. 유 소장은 "일부 학원은 이미 문과생들에게 미적분이나 기하 수강을 추천하고 있다"며 "입시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하게 되는 이런 현상은 융합 인재 추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도 "이과생이 수학을 학습하는 양은 문과생보다 훨씬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올해도 당연히 이과생 수학 점수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이어 "인문계 최상위권 학생 중에는 미적분을 준비하는 사례도 이미 나오고 있다"며 "개정된다는 변수가 없으면 한동안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입시에서 이과생에게 인문계열 진입이 허용된다는 것은 문·이과 통합 목표인 융합 교육이 왜곡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개정안이 적용되는) 중등 교육부터 입시 선발까지 잘못된 정책이 적용돼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상 사교육비 지출 조사에서 중요도가 높은 교과가 수학"이라며 "지금 통합 수능처럼 수학이 강화되면 사교육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실적으로 당장 통합 수능 시행이 취소될 가능성도 낮다. 교육부는 '대입 정책 4년 예고제'에 따라 통상 해당 학년도보다 3~4년 전에 대입 정책을 발표한다. 교육부는 2024년 2월에 2028학년도 대입에 적용될 개편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통합 수능이 교육 개편안과 방향이 다르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남 지역 고등학교 수학 교사인 김모씨는 "큰 틀에서는 통합 수능이 조정 점수를 잘 반영한다면 객관성과 신뢰성에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면서도 "(교육부 기조와 달리) 이전처럼 수능으로 학생들을 평가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각 대학은 문과 침공을 막기 위한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서울대는 2023학년도 정시 모집에서 수능 성적과 함께 지원 학과 적성을 확인할 교과 이수 현황·학교생활기록부 교과학습발달상황 등 교과평가를 반영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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