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울리는 문·이과 통합] 서울대 마저…통합수능 첫해부터 '이과생의 문과 침공'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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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기자
입력 2022-03-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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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 합격자 절반 이과수학 선택

  • 자유전공 94%·심리학 89% 이과 차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오미크론 대응을 위한 새 학기 학교 방역 추가 지원방안 발표를 마친 뒤 거취 표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려가 현실이 됐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처음으로 문·이과 통합으로 치른 2022학년도 입시에서 이과생들이 문과 합격자 자리를 대거 꿰찼다. 서울대마저 이과생 침공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2일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대 2022학년도 정시 모집 일반전형 중 문·이과 교차 지원이 가능한 인문·사회·예체능계열 최초 합격자 중 절반 가까이가 이과생 수학을 선택한 수험생이었다.

이들 계열에 합격한 486명 중 216명(44.4%)이 수능 수학영역 선택과목으로 '미적분'이나 '기하'를 택했다. 통상 이과 수험생은 수학 선택과목에서 미적분이나 기하를, 문과는 '확률과 통계'를 선택해 수능을 치른다.

학부·과별로 보면 자유전공학부(94.5%)와 심리학과(88.8%) 합격생 대부분이 이과생이었다. 지리교육과(71.4%)·영어교육과(62.5%) 등 사범대 역시 이과생 차지였다. 서울대 인문계열 '간판'인 경영대(43.1%)와 경제학부(44%)도 이과생 침공을 피하지 못했다.

다른 서울 주요 대학도 다르지 않다. 서울시교육청 중등진학지도연구회가 서울 주요 대학 정시모집 인문계열 지원자 16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세대 이과생 교차지원율은 69.6%에 달했다. 서강대(80.3%)·한양대(74.5%)·중앙대(69.3%) 등도 절반을 크게 웃돌았다.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팀]


이과생이 문과 영역을 침투한 원인은 2022학년도 수능을 사상 최초로  문·이과 통합으로 치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수학이 문제였다. 문·이과 구분 없이 1~22번까지 공통과목을 보고, 나머지 선택과목 8문제를 푼 뒤 한꺼번에 성적을 받았다.

융합 인재를 키우자는 취지로 문·이과 구분을 없앴지만 상대적으로 수학에 강한 이과생들이 유리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한 이과생이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문과생보다 성적이 높다 보니 등급과 표준점수도 앞설 것이란 지적이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문·이과 유불리 문제를 해소하고자 선택과목 점수를 보정한다고 했지만 우려를 막지 못했다. 입시 업계는 지난해 수능에서 수학 1등급을 받은 94%가량이 미적분이나 기하를 택한 이과생으로 추정한다. 

대학 입시 전형도 문과 침공을 부추겼다. 연세대·고려대를 비롯한 서울 주요 대학들은 이과생도 인문계열에 지원할 수 있게 했다. 반면 자연계열은 수학 영역에서 미적분이나 기하를 치르도록 해 사실상 문과생 지원을 막았다.

이 때문에 이과생이 상위권 대학 인문계열에 합격할 상황이 만들어졌다. 실제 서울 중위권 대학 자연계에서 고려대·연세대 인문계로, 지역 주요대 자연계에서 수도권 상위권 대학 인문계로 교차지원해 합격한 이과생이 적지 않은 것으로 입시 업계는 분석한다.

통합 수능 문제를 손보지 않는 이상 이런 현상은 계속되고, 수험생 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통합 수능 여파로 이과생들이 본래 희망하던 이공대나 더 상위권대 인문계열에 지원하려고 '반수'를 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대학 측은 이탈을 막으려고 입시 전형을 수시로 바꿀 수 있다"면서 "이에 따라 예비 수험생들 혼란과 문과생 불안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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