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對러 거래 막히고 美 FDPR 예외국도 빠져…수출기업 발 동동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석유선·장문기 기자
입력 2022-03-02 19:5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석유 등 러시아산 원자재 결제 불가능

  • 반도체·자동차 등 핵심산업 규제 포함

  • 업계 "정부 늑장 대응으로 실익 놓쳐"

미국·유럽연합(EU)·영국 등 서방 주요국이 러시아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키로 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돈줄이 막힐 지경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우리나라가 미국의 '대러 수출 통제 예외 국가'에서도 빠지자, 경제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은행 신용장 개설 거부...SWIFT 발동시 기업 피해 확대

2일 금융권과 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들과 러시아 간 금융 거래는 이번주 들어 사실상 차단된 상황이다. 국민·신한·우리 등 국내 주요 은행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튿날부터 선제 대응을 위해 신용장(L/C) 개설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석유 등 러시아산 원자재 수입을 원하는 에너지 기업들은 사실상 대금 결제 창구가 막혀 거래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무역협회 우크라이나 사태 긴급대책반이 지난 1일 오전까지 긴급 애로사항을 접수한 결과 대금 결제 중단 사례가 가장 많았다. 이날까지 총 119개 기업(160건)의 애로 상황이 접수됐는데 대금 결제가 전체의 58.7%(94건)에 달했다. 그다음은 물류 31.9%(51건), 정보 부족 6.9%(11건) 순이었다. 러시아의 주문을 받아 기계장비를 생산하는 한 업체는 “일부 선수금을 받고 생산을 완료한 상황인데 자금 회수에 차질이 생격 자금운영에 애로가 발생했다”고 토로했다. 

여기다 미국과 EU 등의 합의로 러시아은행의 SWIFT 배제가 현실화 하면, 결제 대금 규모가 큰 기업들이 자금 회수 길이 막혀버린다. 가장 큰 타격은 조선업계가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가 2020년 말 이후 러시아로부터 수주한 액화천연가스(LNG)선의 계약금액은 약 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공정 단계마다 일부 대금을 받기 때문에 계약 금액을 전부 손실로 계산할 수 없다”면서도 “본격적인 SWIFT 제재가 시작되면 경제 제재가 구체화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평화주의 시위에 나선 유럽인들이 미국과 EU 등이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퇴출하는 제재안을 지지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 FDPR 배제...반도체, 자동차 업체 수출 직격탄 

이런 가운데 미국이 강력한 대(對)러시아 수출통제 조치의 하나로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실시키로 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FDPR 조치 계획을 발표하면서 반도체를 비롯해 컴퓨터,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기업의 러시아 수출규제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정보통신·센서·레이저·해양·항공우주 등 57개 품목·기술 분야에서 미국 기술이나 소프트웨어(SW), 장비를 활용한 제품을 러시아에 수출하려면 반드시 미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유럽연합(EU)과 일본, 호주,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 미국 동맹국 대다수가 FDPR 예외 적용을 받지만, 우리나라는 면제 국가에서 빠졌다. 이로 인해 반도체와 조선, 자동차 등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은 일일이 허가 품목 여부를 확인받아야 해 고통이 가중될 전망이다.

특히 산업계는 모든 전자기기의 핵심부품인 반도체가 FDPR에 포함됐다는 점을 우려한다. 한국 반도체의 대러 수출 비중(2021년 기준 0.06%)은 크지 않지만 현지에 있는 우리 기업의 생산 제품에 쓰이는 관련 부품들까지 고려한다면 파급효과는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현대자동차가 러시아 공장에서 생산하는 완성차는 수출 실적으로 잡히지 않지만 이번 제재로 반도체 칩 등 자동차 부품을 공급받지 못해 생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뒷북 대응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정부가 대러 전략물자 수출 차단, SWIFT 결제망 배제 등 미국의 대러 제재에 뒤늦게 동참해 실익을 놓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FDPR 예외 적용을 받으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3일 미국으로 가, 수습에 나선 점도 마뜩잖은 분위기다. 러시아 수출 전문인 A기업 관계자는 “우리 회사 제품이 FDPR 적용이 되는지 몰라서 속만 태우고 있다”며 “정부가 선제 대응했다면 불확실성을 신속하게 제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불만을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