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사 대표들이 올해 일제히 기업 금융 분야에서 영향력을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주력 먹거리였던 자동차 금융의 주도권이 카드사로 넘어간 상황에서, 기업 금융 역량을 키워 지속 성장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신한캐피탈은 일찌감치 기업 금융 중심으로의 체질 전환을 완료해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뤄낸 전례가 있다.
2일 황수남 KB캐피탈 대표는 “차 금융시장 자체의 경쟁 구도가 복잡해지면서, 기업 금융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작업을 3년 전부터 진행 중”이라며 “이 과정을 효율적으로 이끌기 위한 관련 조직 확대 작업도 병행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KB캐피탈은 작년 9월, 기존 기업금융본부를 이분화했다. 기존 본부는 기업 대출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고, 투자자산 확대를 위해 투자금융본부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KB캐피탈의 기업 금융 자산은 최근 급격한 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8년 3분기까지만 해도 전체자산 중 차지하는 비중이 3.7%에 불과했지만, 작년 3분기에는 14.9%까지 4배 이상 커졌다.
박경훈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도 “(차·기업 금융 등) 다양한 상품들의 취급 균형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기업 금융 쪽에 좀 더 많은 힘을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작년 총대출 자산이 2조원 넘게 늘어난 것도 기업 금융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기업 금융 자산은 2조 3870억원으로 전년 대비 7890억원 증가했다.
올해는 그룹사로 편입된 이후 종합금융, 은행 등 다양한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적극 모색한다. 예컨대 우리종합금융 쪽에서 관련 내용을 연결해주면 선 순위 대출은 은행, 후 순위 대출은 캐피탈을 통해 커버하는 식이다.
박 대표는 “기업 금융을 강화하는 게 하루아침에 가능한 작업은 아니다”라며 “인력 외에도 시스템, 평가 지표 등을 골라내는 안목이 필요한 만큼 이러한 부분의 고도화를 지속 시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태선 NH농협캐피탈 대표 역시 “올해는 산업재 금융 비중을 줄이고 기업 금융은 늘리는 전략을 꾸준히 가져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협캐피탈 내 기업 금융 비중은 2018년 26%에서 작년 말 31.9%까지 늘었다. 작년 기업 금융 취급액은 1500억원 가량 상승했다.
이처럼 캐피탈사들이 체질 전환에 나선 이유는 ‘차 할부’ 부문의 복잡해진 경쟁 구도 때문이다. 최근 은행 및 카드사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며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무리한 시장 지키기에 나설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강점을 띈 분야에 집중하는 게 효율적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은행은 대출, 카드는 할부, 캐피탈은 렌트, 리스 등으로 나뉜다.
신한캐피탈은 선제적 체질 전환을 효율적으로 이뤄낸 모범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20년 중금리대출과 차 금융, 소매금융사업을 모두 계열사인 신한카드에 매각하고, 기업·투자금융 비중을 95% 수준까지 높였다. 그 결과 작년 누적 순이익이 274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1.2%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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