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가 오는 12일부터 러시아 은행 7곳과 러시아 내 자회사를 결제망에서 배제한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국내 수출 기업의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이 제재 대상으로 선정한 러시아 은행 7곳과 자회사에 대해 거래 중단을 결정했다. 이로 인해 국내 수출 기업의 결제대금 지연과 중단에 따른 손해가 막심할 것으로 보인다.
◆대금결제 등 애로사항 400건···현지 법인 없는 중기 직격탄
3일 정부와 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일선 현장에서 수출통제·대금결제 등 관련 부문별 문의·애로 접수가 매일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 무협, 코트라 등 접수 기관별 합계가 누적 400건을 넘어서는 등 영향이 가시화하는 상황이다. 러시아에 수출하거나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지난 2014년 크름반도 사태 악몽이 떠오른다는 반응이다. 당시 경제 제재 이후 2015년 대러시아 수출은 53.7% 감소했고, 러시아 루블화 가치 하락에 따른 국내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졌다.
특히 러시아가 루블화 결제 또는 가격 인하 요구를 하면 루블화 평가절하에 따른 환차손 또한 우려된다. 무역협회 비상대책반 관계자는 "루블화 가치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달러 가치는 상대적으로 폭등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우리 수출기업들의 고충은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블룸버그에 따르면 루블화 환율은 지난달 28일 기준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19.50루블까지 올라 전날 거래 종가(83.64 루블)보다 30%가량 가치가 급락하며 역대 최저 수준을 보였다.
업계는 수출 품목 중 대러시아 중기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중고차) 24.4% △화장품 9.9% △철강판 5.1% △자동차부품 4.7% 순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란 관측이다. 대부분 대기업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터라 대금결제 숨통이 막히면 자동차 등 국내 제조 대기업도 도미노 타격이 불가피하다.
정부도 계속되는 기업의 애로사항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 기업의 대(對)러 결제 애로 해소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한편 수출 기업을 상대로 2조원 규모 긴급 금융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제10차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TF 회의 겸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우리 금융시장은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는 국제 금융시장 흐름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고 있다"며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 등도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정세 불안과 대러시아 제재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부문별 대응 방안을 면밀히 마련해 신속히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특히 "이미 개시된 피해 기업 무역금융에 이어 최대 2조원 규모의 긴급 금융 지원 프로그램의 지원 대상, 요건, 내용 등을 조속히 구체화해 피해 발생 즉시 집행을 개시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중소기업을 상대로 경영 안정 자금·특례보증 지원·납품단가 조정 활성화 등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사태 중소기업 분야 대응 방안’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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