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한반도 비핵화가 요원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우크라이나가 1994년 러시아, 미국, 영국과 '부다페스트 각서'를 체결하며 핵을 포기한 뒤 러시아에 2014년 크림 반도를 빼앗기고, 올해 주요 도시들이 폭격 당하는 장면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두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북한은 지난 5일 대선을 나흘 앞두고 무력시위를 감행했다. 지난달 27일 무력시위를 재개한 지 엿새 만, 올해 들어 9번째 도발이다.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엿새 전 '정찰위성 개발용'이라며 발사한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과 같은 기종으로 분석되고 있다.
6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잔날 오전 8시 48분께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이동식발사차량(TEL)을 이용해 쏘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비행거리는 약 270㎞, 고도는 약 560㎞로 탐지됐다.
북한은 그간 정찰위성을 띄우기 위한 장거리 로켓 발사라는 명분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왔다. 장거리 로켓과 ICBM 기술은 거의 같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1월 8차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가까운 기간 내에 극초음속 탄도미사일과 ICBM 개발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는 과업을 공개했다. 정찰위성을 가장한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시험 발사를 두고, '김정은의 시간표'에 따라 핵·미사일 고도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미 강경 입장을 밝힌 것은 선 대 선, 강 대 강 원칙의 연장선상에서 일단 이해된다"며 "동시에 북·미 관계를 2018년의 6·12 싱가포르 정상선언 이전으로 다시 돌려놓겠다는 명백한 선언으로 해석 가능하다"고 북한 의도를 분석했다.
임 교수는 "이에 따라 핵실험과 ICBM 발사 재개를 포함해 8차 당대회에서 언급한 핵기술 고도화, 전술핵무기 개발, 초대형핵탄두 생산, 1만5000㎞ 사정권 안의 임의의 전략적 대상들을 정확히 타격소멸하는 명중률 제고 등 핵 선제 타격 능력과 보복 타격 능력을 고도화 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역대 한미연합사령관들 역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북한을 핵에 더 집착하게 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미동맹재단은 뉴스레터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역대 한미연합사령관들은 북한이 이번 사태를 도발(mischief)을 위한 기회로 생각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 정보작전 등 다영역 작전과 기동형태 등을 학습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미는 파잇 투나잇(Fight Tonight·상시전투태세) 대비태세를 위해 훈련과 정보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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