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본격화된 코로나 팬데믹이 햇수로 3년 차에 접어든 가운데 정부가 최근 4번째 코로나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유예 결정을 발표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상환 부담을 낮추겠다며 시행해온 대출금 만기 연장과 원금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 등이 코로나 재확산과 함께 연장에 연장을 거듭해 오는 9월까지 이어지게 됐다.
그동안 금융지원의 ‘원칙적 종료’ 필요성을 주창하던 금융당국은 끝내 의견을 관철하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기업부채 등에 대한 부실 우려를 표명해온 고승범 금융위원장 역시 '여러가지 불확실한 상황'이란 변수에 뜻을 굽혔다. 코로나 이후 정부의 영업제한 정책으로 야기된 영업이익 축소와 부채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하소연과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소상공인 지원 연장’ 공세 등도 영향을 미쳤다.
이번 조치에 따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부채상환 부담 등 당장 고정지출에 대한 부담은 일단 덜게 됐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세간의 우려는 점차 커지는 양상이다. 현재 진행 중인 대출 지원은 결국 지원 종료와 함께 상환해야 할 더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차주들이 갚아나가야 하는 빚의 규모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 등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기보다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금융권의 고심 역시 날로 깊어지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 등의 논리로 대출 상환 시점이 무한정 뒤로 밀려나면서 결국 그에 따른 누적 부실 규모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만기 연장이 된 대출금은 지난해 12월 잔액 기준으로 117조원(65만건)이다. 이 중 원금 상환유예가 12조2000억원(3만8000건), 이자 상환유예가 5조원(1만2000건)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근 수개월간 금융당국이 발표한 대출 연체율만 보면 '역대 최저'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는 결국 현재 진행 중인 만기연장, 이자상환유예 대출 규모들이 반영이 안 된 일종의 착시현상”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만 지켜보자면 마치 당장이라도 끝이 보일 수 있는 터널을 최대 속도로 질주하는 자동차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금융당국은 지금까지의 조처가 한꺼번에 갚아야 할 부채만 키워놓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출구전략을 즉각 수립해야 한다. 또 이 과정에서 대출금 상환이 어려운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채무재조정 작업에 나서는 한편 지원 종료에 대한 시그널 또한 충분히, 그리고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이 같은 지원조치 종료가 더 큰 부실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금융권 현장의 목소리와 우려를 정책에 적극적으로 검토·반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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