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클라우드가 지난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 본격 경쟁을 예고했다. 글로벌 사업자와 맞서기 위해 확장성·안정성을 갖춘 고품질 서비스 제공에 힘을 쏟고 있다. 1995년부터 소프트웨어(SW) 품질관리 업무를 시작해 네이버클라우드에서 200여종에 달하는 상품의 품질과 완성도를 가다듬고 있는 박선영 네이버클라우드플랫폼(NCP) 품질관리총괄 리더를 인터뷰했다.
Q.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해 달라.
"네이버클라우드에서 품질관리와 기술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NCP는 사용자가 물리적 장비 없이 서버·네트워크 구조를 만들고 다른 클라우드 상품과 연계해 구성한 IT환경을 쓰면서 그 사용량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품질관리는 어떻게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SW를 잘 만들고 제공할 것인지 고민하는 부서다. SW가 제공되기 전 SW를 기획, 개발, 테스트하는 단계가 있고 출시 후 유지보수하는 단계가 있다면, 우리 업무는 테스트와 유지보수 단계에 집중돼 있다. 품질관리를 하기 위해 품질을 가시화하는 여러 공학적인 방법이 있다. 우리는 이걸 이용해 평가하고, 기획·개발 담당자에게 그 평가표를 보여드리는 일도 한다. 그리고 사용자가 클라우드를 쓰다가 든 의문점이나 개발 코드를 작성했는데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등의 기술적인 문의를 할 수 있다. 그에 필요한 답변을 제공하는 일이 기술지원이다. 개발자가 개발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문의 응대를 기술지원 부서가 담당한다. 우리는 개발자와 협업해 사용자 가이드, 매뉴얼 등을 작성하고 수정 보완하는 등 기술 콘텐츠 작성 업무도 맡고 있다."
Q. 회사 경쟁력에 품질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동료들과 협업은 원활한지 궁금하다.
"네이버클라우드의 강점 중 하나가 다양한 상품군인데 우리는 글로벌 경쟁 업체와 비교하고 평가하면서 우리 상품의 기술과 품질 수준이 더 높아지도록 하는 부분, 쓴 만큼 정확하게 과금하는 부분 등에 힘을 쏟고 있다. 해당 상품군을 개발했거나 품질을 관리해 본 전문가들이 제 부서 멤버로 영입돼 함께 일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일하면서 사용자에게 좋은 상품을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쓸 수 있다는 신뢰를 드리는 것에도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네이버클라우드 출시 후 상품 수가 빠르게 늘어 왔음에도 운영이나 안정성 측면에 시장의 평가가 긍정적으로 들려오는 편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가 작은 부분이나마 일조했다고 본다. IT업계에선 품질관리부서가 잔소리하는 부서이고 누군가를 평가하는 부서라는 인식이 있는 편이다. 사용자에게 어떤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 지금 상태로는 할 수 없다, 이런 결과를 도출해서 평가표를 제시하는 역할이니까. 평가를 수용해야 하는 부서 입장에서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몇 년 전에 담당 부서의 판단에 따라 급하게 출시 일정을 결정하고 상품을 내놓으려 했는데 일시적으로 장애 상황이 벌어진 적이 있다. 해당 부서와 우리가 문제 해결에 집중하면서 우리의 품질평가와 그 과정에 대한 신뢰도가 굉장히 높아졌고 서로 협업관계가 잘 구축됐다."
Q. '클라우드 회사'의 품질관리 담당자로서 좋은 점은.
"과거에는 게임 개발사나 패키지SW 회사 등 특정 도메인(분야)의 사업을 하는 회사에 속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클라우드라는 분야는 이걸 활용하는 모든 사업 영역을 담을 수 있다. 특정 회사 영역에 한정된 업무를 하는 분들은 다른 분야로 넘어가기 위해 이직을 해야 할 수 있다. 클라우드 회사는 업의 범위가 광범위해 이 안에서 다양한 직무와 산업 분야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학생과 현업 종사자들이 갖추길 원하는 인공지능, 머신러닝, 사물인터넷, 이런 기술과 클라우드 환경 자체를 이 안에서 모두 접할 수 있다. 신기술에 대한 갈증이 큰 공학도라면 이런 분야들을 깊이 파고들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이 산업의 발전방향이 어디로 가든 스스로 끌어안기 위해 준비가 돼 있다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 27년 전문가가 말하는 SW품질관리…"현장에선 단순한 것이 최고"
박선영 리더는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SW개발자로 첫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 SW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면서 품질관리 분야 전문성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네이버클라우드에서 일하기 전 1995년부터 그룹웨어 개발사 핸디소프트, 채팅서비스 '세이클럽'을 운영했던 네오위즈, 다양한 포털·인터넷 서비스를 보유한 네이버에서 품질관리 업무를 수행해 왔다. 올해로 27년째 SW의 성능·기능·신뢰성·안정성을 평가하고 개선하는 업무의 노하우를 쌓아 온 '품질 장인'이다.
Q. 품질관리 업무를 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겪었나.
"전산실에서 코딩을 직접 하는 SW개발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2년 정도 일했다. 개발자로 일을 하면서 보니 우리나라에 개발자가 굉장히 많다는 생각을 했다. 반면 품질관리 업무 분야는 불모지였다. 이 역할 자체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외국 회사에나 있었다. 국내 기업에는 있다고 해도 그 업무가 '테스터'라는 제한적인 역할로 인식됐다. 우연한 기회에 직무 전환으로 SW품질이라는 업무를 처음 경험하게 됐다. 이 분야를 맡고 보니 이론적인 영역에 궁금한 게 생겼고 이 분야의 기술적인 부분을 정립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회사를 그만두고 SW공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SW공학의 목표는 고품질의 SW를 최소의 비용과 노력으로 만드는 것인데, 제가 이론을 재정립해 다시 업계에서 이론과 경험을 조합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이었다. SW개발과 품질관리는 더 잘하겠다는 욕심이 있다면 공통적으로 고민해야 할 지점이 있긴 하다. 모두 주어진 시간 안에서 꼼꼼함을 발휘해야 한다. SW개발자가 본인이 잘못 작성한 코드나 설정값 하나가 잠재적인 오류를 일으켜 다양한 산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품질관리 또한 내가 얼마나 깊게 꼼꼼히 들여다보느냐에 따라 사용자 손에서 나타나는 결과가 달라진다. 어느 쪽이든 부족한 시간과 싸우면서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집요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Q. SW공학을 공부해야 잘할 수 있나.
"프로젝트에서 SW를 어떻게 잘 개발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일정과 리소스를 관리하는 것이 SW공학의 가장 중요한 축이다. 제가 그 공부를 했지만 실제 과정은 저 혼자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다른 분들에게 그 안에 포함된 일정과 인력 계획을 잘 세우고 그에 맞출 수 있게 하라고 요구한다. 일정을 잘 세워 놓아도 앞 단계에서 조금씩 밀리면 이미 우리 부서에서 일할 시점까지 늦은 채로 넘어오곤 한다. 공학도로서는 안 될 일이지만, 프로젝트 하나에 상당히 많은 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매번 일정을 늦춰 달라고 하기는 힘들다. 부서원들에게 짧은 시간 내에 더 집중해 고효율로 일해 달라고 재촉하게 되는데 그럴 때가 제일 미안하다."
Q. 현업에서 품질관리에 중요한 요소는.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개발 프로세스'라는 타이틀에 관심을 많이 기울였다. 개발 프로세스를 어떻게 규정하고 이행하는지 등 실체가 궁금해 그 이름이 들어가는 것은 모조리 공부해 본 것 같다. 박사 과정 때 연구실에 국제 규격 문서를 포함한 국제 프로세스 가이드를 번역하는 과제가 있어 잘 못하면서도 그 프로젝트에 들어가서 해봤다. 그리고 이걸 기업에선 어떻게 평가하고 심사할지 궁금해 따로 '스파이스(SPICE·Software Process Improvement and Capability dEtermination)'라는 국제표준으로 SW개발프로세스의 모델을 평가하는 심사원 자격을 취득하기도 했다. 기업의 SW개발 프로세스 수준을 평가하는 CMMI(Capability Maturity Model Integration)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그걸 다 배워서 회사에 입사하고 다양한 기업을 경험해 보니 요즘 드는 생각은 '프로세스는 복잡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현업에서는 'Simple is the best'다. 우리는 좀 더 쉽게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가이드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다. 큰 틀에서 (품질관리뿐 아니라 전체 개발 과정에) 사람들이 편안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좋다는 관점을 취하고, 세부적인 작업은 각 부서에서 정의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Q. 회사별 업무 특성에 차이는 없나.
"대체로 비슷하다. 다만 네이버클라우드의 NCP는 기업 고객과 외부 개발자들이 24시간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타 업종과 다른 게 있다. 사용자들이 계속 쓰는 동안에도 상품을 새로 출시하고 유지보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가용성 목표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만큼 배포와 관리를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 서비스는 사용량이 적은 새벽 시간, 은행 등 금융 업종은 추석·설날 연휴 때 서비스를 멈추고 점검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사용자에 따라 많이 쓰는 시간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영향이 적은 특정한 시점을 선택해 서비스를 배포할 때 어려움이 있다."
◆ "후배들 위한 커리어패스 고민 중…함께 성장하고 싶다"
박 리더는 SW공학도가 되기 위해 경력 초기에 SW개발자로 일했던 회사를 그만둔 것과, 약 20년 전 예상치 못한 임신으로 쌍둥이 자녀를 양육하게 됐을 때에도 경력을 유지해온 것이 잘한 선택이었다고 회고했다. 어쩌면 국내에선 품질관리 전문가 1세대 그룹에 속하는 그는 앞으로 후배들이 품질관리 직무에서 더 성장할 수 있는 길을 개척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Q. 컴퓨터공학도가 된 계기와 본인에게 큰 영향을 준 인물은.
"고등학생 시절 컴퓨터공학과가 있다는 것도 몰랐을 때인데 한 친척 어른이 앞으로 외국에선 컴퓨터로 하는 일이 유망할 것이라고 권해서 선택했다. 숙제를 하려고 하면 대학교 시스템실에서는 할 수 있었지만 집에서도 개인용 컴퓨터가 필요한 상황도 있었는데, 결국 공부를 시작한 뒤에 컴퓨터를 사게 됐다. SW 개발을 해보니 내가 입력한 값이나 시키는 일의 결과를 그대로 잘 출력해 준다는 점에서 컴퓨터가 정직하다고 생각했다. 나와 상호작용하기 위한 언어가 따로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지금도 컴퓨터와 마주하고 있으면 웃으면서 대화하는 듯한 기분이다. 박사과정 지도교수였던 정기원 숭실대학교 교수님(현 명예교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현업에서는 SW공학 이론이나 프로세스에 대해 업무적으로 상의하고 공감할 수 있는 상대가 많지 않다. 정 교수님은 이론적인 공부를 할 때 제게 많은 길과 해법을 보여 주셨고, 다양한 경험과 토론을 통한 이해를 지원해 주셨다. 어려움이 있을 때 제 많은 질문을 받고 상담하면서 길을 이끌어 준 분이다."
Q. 경력과 관련된 고민 끝에 잘한 결정이 있었다면.
"학문적인 탐구를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공부를 하러 간 결정과, 이것과 상반되게 업무와 육아를 병행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나름대로 경력을 유지해온 것, 두 가지를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대학생이 됐지만 처음 임신했을 땐 쌍둥이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 두려웠고 고민이 많을 때였다. 게다가 아이들이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갑자기 아프셔서, 이들을 모두 돌보려면 내가 회사를 관두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정말 심각하게 퇴사를 고려해야 했다. 요즘 고민 중 하나는 이 분야에 새로운 기술이 끝도 없이 나오고 어떨 땐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정보와 지식이 넘쳐나는 것이다. 이걸 제가 선별해 취득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이건 IT업계의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숙제 같다. 다른 하나는 이 직무에서 더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아직 부족한 것 같은데, 후배들이 커리어를 발전시킬 여지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고민하고 있다."
Q. 좋아하는 격언이나 동료·후배에게 추천할 책은.
"성공하기보다는 가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힘쓰라는 문구를 좋아한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함께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이다. 혼자 성공하는 것보다는 주위 사람들과 좋은 기운을 함께 만들어 가면서 이들이 꿈꾸는 것은 뭘까 관심을 갖게 된다. 이 분야에서 많은 정보와 다양한 선택의 과정이 있었는데 IT업계에서 개발과 품질관리 업무로 끝을 보겠다는 마음으로 한 우물을 깊이 파보자 싶었다. 책은 정호승 시인의 산문집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를 다시 보고 있다. 큰 지침을 제시하는 유형의 책은 아니다. 하지만 한 번 본 뒤에 덮어 놓았다가 나중에 다시 들여다보면 한마디 한마디, 위로가 되는 내용이 담겨 있다."
Q. 여성 과기인으로서 어떤 고충이 있었나.
"공부할 때 이공계 분야에 여성 비율이 많지 않았다. 아무리 똑똑하고 공부를 잘해도 많은 여성 과기인은 사회에서 여러 벽에 부딪힐 때가 많다. 나는 여성 과기인이고 어떤 공부를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보단 엄마이고 어느 집안의 딸이고 이런 상황에 몰려 (커리어에 불리한) 결정을 많이 내리는 것 같다. 이들이 업무에 잘 정착하고 커리어를 잘 다져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여러 상황에서 혜택을 못 받고 살아오지 않았나 싶다. 자신이 여성이라고 특정한 혜택을 바라기보다는 결과적으로는 더 치열하게 노력하는 이들이 더 많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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