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만에 기지개 켜는 '러브 마켓'
베트남 사람들은 속마음을 잘 내비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특징이다. 소수 민족 전통 축제인 ‘커우바이 축제’를 통해 그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최근 베트남 하장성은 2년 만에 ‘커우바이 축제’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관광객을 유치하여 지역 경제를 살리고자 함이다. 세계 배낭족들이 가보고 싶어하는 20대 여행지 가운데 5곳이 베트남에 있는데, 하장성에는 배낭족들이 가보고 싶어하는 동반(Đồng Văn) 지질공원이 4번째에 올라 있다. 지질공원이 있는 매오박(Mèo Vạc)현이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코로나19 발생 직전 해인 2019년에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행지로 선정되었다. 이 명성은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하장성은 지난 2년간 열리지 못했던 '커우바이' 축제를 금년 4월 25~27일(음력 3월 27일)에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커우바이 러브 마켓'이라고도 하는 축제는 1919년 시작되어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하장성 소수 민족의 축제다. 이 축제는 하장성 매오박(Mèo Vạc)현 커우바이(Khâu Vai)면 커우바이 마을에서 열리며, 베트남 국가무형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다. 매년 1회 음력 3월 27일에 열리는 이 독특한 전통문화 축제는 물건을 사고파는 일반 시장이 아니다. 남녀 간 사랑을 주고받는 시장이다. 초창기에는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으나 최근에는 관광객이 몰리면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음료나 간단한 먹거리를 파는 상인들이 등장하고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성(省) 단위 축제로 발전하였다.
연 1회 열리는 커우바이 축제는 소수 민족에게 만남의 장소를 제공해 준다. 지난 1년간 혹은 그 이상 오랫동안 산악 지방에 뿔뿔이 흩어져 살다가 1년에 한 번 만나 서로 안부를 묻고, 짝을 찾는 연중 행사다. 사랑하는 남녀들에게는 1년 내내 기다려지는 중요한 축제다. 사랑했지만 어떤 이유로든 서로 결혼하지 못하고 헤어진 두 남녀가 서로 만나 옛정을 다시 나누는 기회의 장터가 '커우바이 러브 마켓'이다. 그래서 장날이 되면 수많은 부부가 함께 장터로 모인다. 부인은 부인대로 옛 연인을 찾고, 남편은 남편대로 옛 연인을 찾으러 커우바이 장터로 모이는 것이다. 함께 장터에 나온 부부는 상대방이 옛 연인을 만나 사랑을 나누어도 질투하지 않는다. 부인의 남자친구를 남편이, 남편의 여자친구를 부인이 용인해 주고 존중해 준다. 이렇게 하는 것이 각자 정신적인 삶에 대한 책임이자 본분이며 신성한 행동으로 여기는 것이다. 부부간에도 서로의 옛정을 간직하고 이날만큼은 서로 간섭하지 않으며, 서로를 용인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전통으로 베트남 사람들의 겉과 속마음을 알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이제 커우바이 시장도 상업화가 되어 각종 상품을 사고파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 베트남판 '견우와 직녀?'
우리나라 전설에 등장하는 견우와 직녀는 칠석에 만난다. 베트남의 남녀는 마을과 종족 간 평화를 위해 두 남녀가 자의적으로 헤어지고 해마다 헤어진 날 다시 만나 회포를 푼다.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여 헤어지고 다시 만난다. 반면에 견우와 직녀는 옥황상제가 견우와 직녀를 은하수 동쪽과 서쪽으로 갈라놓았고, 두 남녀가 애타게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다 못한 까치와 까마귀들이 매년 7월 7일 밤 옥황상제 몰래 하늘로 날아가 서로 머리를 맞대어 다리를 놓아 두 사람을 만나게 해 준다는 전설이다. 커우바이 전설은 견우와 직녀보다 현실성이 있고, 베트남 사람들 속마음을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4월 메밀이 온 산천을 신록으로 물들이고, 세계 최고 수준의 계단식 논이 눈길을 끄는 하장성의 풍광은 전통 축제인 '커우바이 러브 마켓'과 함께 세계 관광객을 유혹할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