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러 에너지 제재를 두고 유럽 연합(EU) 내부에서 미세한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독일 등은 대러 에너지 제재를 즉각 발동하는 데 난색을 표하는 모습이다.
대러 에너지 제재 두고 EU 내부 의견 엇갈려
블룸버그는 유럽연합(EU) 내부에서 대러 제재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과 EU가 러시아산 원유 수출 금지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상황에서 독일을 포함한 몇몇 국가들이 이 같은 조치에 반대하고 나섰다. 반면, 폴란드 등은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제재를 적극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반면 미국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러 에너지 제재를 적극 밀어붙이고 있다. 미 하원은 이르면 8일 러시아산 에너지의 수입을 금지하고 러시아와 일반 무역 관계를 중지하는 내용의 관련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세금 및 무역 관련 상·하원 핵심 인사들은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영국도 제재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석유 수출 금지를 검토하고 있냐는 질문에 "우리는 3주 전에는 절대로 고려되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 테이블 위에 있는 것을 보고 있다"면서 "우리는 러시아 탄화수소, 석유, 가스에 대한 의존으로부터 되도록 빨리 벗어날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해당 문제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탈리아와 슬로베니아도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 수입을 금지하는 결정을 지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이탈리아는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빠르게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탈리아와 카타르 간 에너지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카타르 지도부와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에너지를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는 프랑스도 제재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외신은 봤다.
러시아 "유가 300달러 갈 것" 위협..EU는 러시아 의존도 줄일 해법 모색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 제재에 맞서 유럽에 천연 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경제부총리는 이날 오후 TV 연설을 통해 러시아는 “러시아 경제에 대한 패널티에 대응할 권리가 있다"고 언급하며, 노르트 스트림1을 차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아직 노르트 스트림1을 차단하기 위한 결정을 내리진 않았으며, 파이프라인 역시 "완전 용량"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노박은 서방이 러시아산 원유 수출 금지에 나설 경우 유가가 배럴당 300달러 이상으로 치솟는 등 "세계 시장에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노박의 발언은 유가가 연일 급등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서방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제재가 시행될 경우 유가가 급등할 수 있는 점 등을 우려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EU 집행위원회는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의존을 끝낼 방안을 오는 8일 발표할 예정이다. EU는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현행 수입량의 80%까지 줄이는 목표를 세웠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특히 2050년까지 '탄소순배출량0'을 목표로 하는 그린딜을 가속화하면 온실 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수입 화석 연료 의존도도 대폭 줄어, 유가 인상에 따른 경제를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EU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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