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업하면 굶어죽어" 자가키트 양성에도 PCR 꺼리는 자영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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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원 기자
입력 2022-03-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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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격리기간 매출손실 우려..."마스크 끼고 영업"

  • '코로나 확진 자영업자' 대상 정부 지원 없어

  • "'숨은 확진자', 양지로 끌어내야...충분·신속한 지원"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에서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대(코자총) 관계자들이 영업 시간 제한 철폐와 자영업자 손실보상을 요구하며 촛불 문화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나타나도 생계 문제로 PCR검사를 받지 않고 영업을 계속하는 풍조가 엿보이고 있다. 코로나19에 확진된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미흡한 정부 지원이 이런 상황을 촉발한 근본적 원인으로 분석된다.
 
13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에서 휴대폰 판매 매장을 운영하는 30대 A씨는 최근 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에서 선명한 두 줄이 떴다. 양성이라는 의미다. A씨에게 남은 절차는 PCR검사를 받는 일이었다. 하지만 주변 상인들은 A씨의 PCR검사를 만류했다.
 
PCR검사를 받고 확진이 되면 A씨는 휴업을 해야 한다. 이 경우 최소 일주일은 일을 하지 못해 매출에 손실이 발생하는데, 정부로부터 손실을 메꿀 만한 지원금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A씨는 결국 PCR검사를 받지 않았다. 그는 마스크를 낀 채 영업을 지속하기로 했다.
 
치킨집 사장 40대 B씨도 부인과 자녀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B씨도 자가진단키트를 해본 뒤 양성 판정을 받았다. 가족들은 B씨의 PCR검사를 말렸다. 가장인 B씨가 영업을 하지 못하면 생활비 마련에 큰 타격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B씨도 PCR검사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생계에 지장이 갈까 코로나19 검사를 꺼리는 자영업자들이 발생하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진으로 휴업을 해야 하는 자영업자를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은 사실상 없는 상태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지원으로는 ‘생활지원비’가 있다.
 
생활지원비는 유급휴가를 제공 받은 근로자 등을 제외한 확진자와 격리자를 대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기간에 생계를 지원하는 제도다. 가구 내 격리자가 1인이면 최대 48만8800원, 4인이면 최대 130만4900원이 지급된다. 하지만 자영업자만을 대상으로 별도 생활지원비 지원은 없다.
 
그나마 남은 대안인 생활지원비도 신속히 지급되지 않고 있다. 당장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자영업자들로서는 부담 가는 대목이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최근 확진자 폭증으로 생활지원금 지급에 최소 2~3개월이 걸린다”고 전했다.

최소 일주일간 휴업에 따른 손실에 비해 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자영업자들은 호소한다. 지원금 지급 시기가 기약이 없다는 점도 자영업자들을 더 음지로 내몰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자영업자 생계를 고려해 지원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지원금이 신속히 지급돼야 생계 걱정을 덜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확진자가 음지로 숨어들면서 코로나19 확산의 불씨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진다. 이런 ‘숨은 확진자’가 양지로 나와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유도해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자영업자들도 건강이 걱정되지만 생계에 떠밀려 검사와 치료를 미루는 처지인 만큼 정부가 자영업자에게 지원금을 충분하고 신속하게 지급해야 한다”며 “엔데믹 국면으로 돌입하기 전 대규모 유행이 퍼지는 시기가 가장 힘들 것으로 전망돼 정부가 더 집중해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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