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능토큰(NFT) 시장이 예술가들의 친환경 작품 활동을 위한 활로이자 꾸준한 창작 의지를 지켜 주는 보상 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카카오가 지난 7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파트너스위드카카오 매거진에는 방자영, 이윤준 작가 2인 체제인 아티스트 듀오 '방앤리'의 인터뷰 내용이 담겼다.
방앤리는 설치 미술과 뉴미디어 아트 중심의 작품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간 독일 카를스루에 ZKM미디어아트센터, 이탈리아 로마 21세기 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서 국내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친환경적인 작업 방식에 관심을 가지다 블록체인 NFT를 접하게 됐고, 최근 클립 드롭스에 환경보호를 일깨워주는 작품을 선보였다. 클립 드롭스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가 운영하는 NFT 거래 플랫폼이다.
방앤리에 따르면 설치 작품은 제작, 철거 등 과정에서 폐기물을 만든다. 특히 대형 설치 작품을 만들때 절삭 가공방식이 주로 쓰이는데, 대량의 재료가 사용되면서 탄소 배출량이 늘고 부산물이 발생한다. 시각예술 분야 전시회, 전람회, 또는 공연예술 행사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이 수십 톤에 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방앤리는 "전통적인 방식의 예술 행위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어렵다. 예술작품을 해체하고, 여기서 나오는 폐기물을 처리하고, 보관 장소를 찾는 등의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허무함과 의구심이 밀려왔다. 더 이상 유효한 방식이 아니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고 느꼈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실제 오프라인 작품 활동에도 차질이 생겼다. 기존 방식의 예술 작업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방앤리는 "다시 기존 방식대로 물리적인 공간에서 (작품을) 설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고 동시에 가상현실(VR), 메타버스 등이 주요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었다. 작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클립 드롭스를 만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품을 오프라인에서 반드시 구현하지 않고도 전시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NFT와 블록체인 기반의 새 기술을 바탕으로 한 플랫폼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방앤리는 작년 그린버스(The Greenvers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클립 드롭스에 관련 작품을 선보였다. 그린버스는 영국문화원·한국국제교류재단이 공동 주최한 '기후변화 대응' 주제 프로젝트 공모전에서 선정돼 진행됐다. 이상기온 등이 더욱 가속화하는 시대에 디지털 예술 활동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방앤리의 클립 드롭스 출품작은 디지털 포스터 일종으로, 뉴욕과 런던의 빌딩들이 등장한다. 방앤리는 "해수면 상승과 해양 생태계 변화 등 기후변화에 민감한 상징적인 장소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작품에 출연한 염소 해리와 북극곰도 등장시켰다.
NFT 시장은 선순환 예술 생태계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작품의 소비, 판매, 재판매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원작가에게 인센티브·로열티가 분배되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이 같은 시스템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방앤리는 "시각 예술계에는 인센티브나 로열티가 작가에게 일정 분배되는 시스템이 없었다.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그 다음으로 갈 수 있는데 그 인정을 누구에게 받는지가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기존 예술시장은 기관·갤러리 등 권력에 집중돼 있어 작가가 순수한 예술 동기를 갖고 작품 활동을 하기 쉽지 않았다.
이 같은 이유로 NFT 마켓은 작가들에게 '열린 공간'이자 '민주적인 교환 가치'가 발생하는 곳으로 인식된다. 작가가 구매자와 일대일로 콘텐츠를 거래할 수 있고, 모든 거래 절차가 블록체인 서버 상에 실시간 기록·관리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방앤리는 "오픈씨와 같은 글로벌 NFT 플랫폼을 비롯해 클립 드롭스도 예술계의 관행적 성격, 일종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라고 봤다.
다만 디지털 작품 복제가 쉬운 만큼, NFT 소유와 신뢰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방앤리는 "크리에이터의 권리가 거래에 어떻게 반영되는지와 복잡한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크레딧과 분배 문제 등 거래 단계에서 발생하는 계약이 중요하다. 작품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마케팅이나 광고 등 홍보의 문제도 있다"고 짚었다.
이어 "NFT가 크리에이터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것 같지만, 그렇진 않다. 모두에게 어떻게 민주적인 방식으로 소개되고 거래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미디어와 기술을 다루는 창작자들이 함께 고민을 공유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