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중국도 '일자리 전쟁'…"유연한 고용" 추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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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2-03-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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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둔화로 고용안정 우려 커져

  • 대졸 구직자 1000만명 사상 최대

  • 習 3연임 앞두고 민심 악화 경계

  • 사회주의 체제서 고용 유연 강조

3월 5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했다.[사진=신화통신]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5% 안팎'으로 제시했다.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 5일 정부 업무보고에서 "성장률 목표치를 설정하면서 고용 안정과 민생 보호, 리스크 예방 수요를 주요하게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성장률이 둔화한 배경으로 일자리 문제를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고용은 최대의 민생이며 발전의 우선 목표"라는 그의 평소 입버릇과 일맥상통한다. 

중국 공산당은 신중국 성립 이후 70여 년간 권력을 유지하며 고용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반대로 말하면 고용 불안은 집권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최대 악재다.

특히 올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여부가 달린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열린다. 

민생의 근본인 일자리 문제 해결이 중요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중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구직 시장에는 사상 최대인 1000만명 이상의 대졸자가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청년 실업률이 10%대 중반에 달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노동시장 유연화 담론까지 등장하게 된 이유다.   

◆성장률 둔화에 일자리 창출 '적신호'

중국 정부는 올해 도시 지역 실업률을 '5.5% 이내'로 관리하고 신규 일자리를 1100만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수치상으로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기업들의 신규 채용 수요가 몰리는 1~2분기 경제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게 문제다. 

장이핑(張一平) 초상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신문주간과 인터뷰하면서 "성장률이 1분기에 저점을 찍은 뒤 뒤로 갈수록 상승하는 'V'자 흐음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코로나19 충격과 더불어 교육·부동산·인구 등 측면의 중장기적 정책 조정으로 대도시의 취업 압력이 상승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거시경제 요인에 사교육·부동산 규제 등 악재가 더해져 신규 일자리 창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얘기다. 

웨이샹(魏翔)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신화통신을 통해 "현재 국내 취업 환경에 구조적 불균형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올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실업률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고용 안정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냈다. 

샹둥(向東) 국무원 연구실 부주임은 지난 5일 정부 업무보고 내용을 설명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올해 고용 안정 임무가 더 어려워졌다"며 도시 지역에서만 1600만명 이상 구직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취업 시즌에 구직난이 심화할 것을 의식한 듯 "연간으로 볼 때 특정 시기에 실업률이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 실업률을 최대한 낮추겠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아주경제]

◆대졸 구직자 1000만명 '사상 최대' 

정부를 가장 곤혹스럽게 하는 건 사상 최대 규모의 대졸 구직자다.

중국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대학 졸업 예정자는 1076만명이다. 2014년 700만명, 2018년 800만명을 돌파한 뒤 2019년 834만명, 2020년 874만명, 2021년 909만명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전년 대비 167만명 늘어나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다. 서울 인구(951만명)보다도 많은 인원이 구직 시장에 새로 유입되는 셈이다.

이들이 취업에 성공해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건 매년 반복되는 국가적 과업이다.

더구나 올해는 경제 둔화 우려 속에 구직자 규모를 감안할 때 난이도가 훨씬 높아졌다. 

고학력 집단이 대거 실업자가 돼 방황하게 되면 체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공산당과 정부 차원에서도 고심이 깊다. 

야오카이(姚凱) 푸단대 인재발전연구센터 주임은 제일재경과 인터뷰하면서 "복잡한 국제 정세와 시장 불확실성으로 올해 고용 상황은 더욱 심각할 것"이라며 "대졸자 취업 문제가 가장 두드러진다"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는 연간 실업률이 5% 안팎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강변하지만 다양한 민간 영역의 보고서를 살펴보면 15~29세 구간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기준 10%를 넘는다. 

채용 정보 플랫폼 자오핀왕 관계자는 "올해 청년층 구직난이 더욱 심화해 해당 연령대 실업률이 15% 이상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에서 서구식 자본주의 산물인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이 추진되는 건 극심한 취업난에 대한 방증이다.

샹 부주임은 "고용 유연화는 중요한 취업 통로"라며 "근로자의 직업 선택 관념이 변화하고 기업의 고용 방식도 다양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새로운 업태와 (고용) 모델 발전이 가속화하면서 국내 유연한 고용도 계속 증가해 그 규모가 2억명에 달한다"고 부연했다.

중국 정부는 사회보장과 직업훈련 강화 등을 통해 고용 체계 유연화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3자녀 정책이 여성 고용 위기 초래 

중국이 출산율 제고를 위해 꺼내 든 3자녀 허용 정책으로 여성의 고용 유지 및 취업과 관련해 더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지난해 인구 1000명당 신생아 수는 7.52명으로 1949년 신중국 수립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인구 절벽 위기에 직면한 중국은 2016년 한 자녀 정책을 폐기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는 세 자녀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또 여성의 임신과 출산 유도를 위해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 연장에 나섰다. 

3자녀 정책 발표 이후 대다수 지방정부는 출산 뒤 육아 휴직 기간을 2배 가까이 늘렸다.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을 모두 사용하면 지역별 격차가 있지만 대략 158일 정도를 쉬게 된다. 

이는 중국 기업이 여성 채용을 주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류 작가이자 저장성 인민대표로 양회에 참가 중인 장성난(蔣勝南)은 "여성 육아 휴직 연장에 따른 고용 차별을 경계해야 한다"며 "실제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해졌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인사 담당자로 근무하는 리훙(李紅)씨도 중국신문주간과 인터뷰하면서 "최근 취업 면접을 하러 온 여성에게 직간접적으로 출산 계획을 묻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부담을 정부가 나눠 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리링윈(李凌雲) 화동정법대 교수는 "정부 기관이나 국유 기업과 달리 사기업은 육아 휴직 연장이 부담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며 "보조금 지원과 함께 여성 고용이 많은 기업에 다양한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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