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도 새롭게] "내집마련 문턱 낮추고, 징벌적 수준인 부동산 세제 완화해라"...전문가 7인의 부동산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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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최지현 기자
입력 2022-03-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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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정부, 전임 정부의 '시장과 싸우려는 정부는 필패한다' 교훈 되새기길

  • 집값 안정 해법은 '꾸준한 공급', 가격 때려잡기 용도로 활용된 조세제도 개편 시급

  • 부동산 거래세 낮추고 취약계층 주거복지 강화해야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새 정부의 정책방향으로 △꾸준한 주택 공급 △징벌적 수준인 부동산 세제 완화 △주거복지 강화 등을 제시했다.

'시장과 싸우려는 정부는 필패(必敗)한다'는 전임 정부의 패착을 딛고, 수요자·공급자 목소리에 집중하는 한편 주거취약 계층의 복지도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가격 통제의 도구로 활용된 부동산 세제 개편에 대한 논의와 함께 임대차 시장 안정도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새 정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두 가지 중심 축은 '주거 복지'와 '내 집 마련'이 돼야 한다"면서 "과거 정부처럼 집값이 뛰니까 가격을 잡기 위해 단기적인 정책을 계속 내놓기보다는 결국 '주거 안정'과 '내 집 마련'이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꾸준하고 일관된 정책을 내놓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임대차 3법에 대한 방향 전환과 법률 개정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봤다. 그는 "임대차 3법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결과적으로 전·월세 폭등과 시장의 3중 가격 구조를 만들었다"면서 "부작용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입법 내용 자체가 개편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집값이 부동산 의제를 점령하다보니 부동산 세금도 집값을 낮추기 위한 도구로만 기능하고 있다"면서 "조세 형평성, 과세 기능, 지방 재정 세원으로서 역할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동하다 보니 여러 부작용이 발생한 만큼 본래 기능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는 대출을 어렵게 만들어서 집을 사기 어려운 구조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생애 최초 주택 마련이나 무주택자를 위한 대출 등 주택금융을 강화해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집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을 해결해줘야 한다"면서 "단순히 '공급을 늘리겠다'는 논의를 넘어 언제, 어디에, 누구를 위한 공급을 얼마만큼 할지 고민하고, 리츠·자산유동화상품 등 자산을 다양화할 수 있는 금융정책을 마련해야 전 국민의 부동산 과몰입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현 정부가 공급 드라이브를 다 걸어놓은 만큼 새 정부는 '그래서 어떻게?'에 대한 후속 대책을 꼼꼼하게 마련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6월 1일이 종부세 기준일인 만큼 다주택자들에게 퇴로를 열어주기위한 양도세 중과 한시적 감면을 조기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재건축이 필수적인데 재건축을 가로막는 요인이 바로 재초환(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인 만큼 이를 어떻게 완화할지 사회적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면서 "사업장, 조합원, 국민들 사이에 이견이 큰 사안인 만큼 갈등을 막고, 공급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혜롭게 조율해야 한다"고 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전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주택 수요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정확한 수급 분석을 토대로 한 장기적인 공급 프로그램과 공공주택의 지속적인 공급을 위한 지속적인 토지 발굴, 금융 보완 등 상품 개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도시개발 관련 제도 규정 간소화, 일관성과 방향성을 갖춘 중장기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공급 정책과 지역균형발전처럼 중장기적인 시간을 요구하는 정책 과제와는 별개로 당장 부동산 세부담 완화와 임대차시장 안정에 힘써야 한다"면서 "그간 집값 불안 해소를 위해 강력한 도구로 활용되며 부동산 과세 부담을 키웠던 보유세와 거래(소득세) 조정, 계약 갱신 종료를 앞둔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을 낮추기 위한 임대차시장 안정 대책이 새 정부에 대한 부동산 정책 신뢰를 가늠할 첫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부동산 수석위원은 "부동산시장은 '지금 가격이 최고점'이라는 인식과 선거 과정에서 경쟁적으로 나온 세제 완화 공약 등으로 급격한 거래 빙하기를 겪고 있다"면서 "새 정부는 부동산 거래가 다시 정상화될 수 있도록 관련 세제를 정돈하고, 공급과 각종 규제 완화 관련 공약을 구체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현재 시행되고 있는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도 방향성은 바람직하지만 규제의 기준이 상당히 높고 예외적인 규정들에 대한 보완책 검토도 필요하다"며 "특히 부동산은 담보 역할이 충분한데 잔금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 등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만큼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대차시장과 관련해서는 "전세시장이 하반기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시점이 돌아오면서 신규 계약 건이 늘고 지역에 따라 전셋값 급등으로 인한 주거 불안이 예상된다"면서 "이를 보완할 지역별 임대차 3법 재검토와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들을 위한 대출 규제 완화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새 정부는 '시장 수요 억제'가 아닌 '시장 수요에 맞는 꾸준한 공급'을 통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면서 "공공을 통합 공급만이 '선'이라는 막연란 논리를 벗고, 부동산 '취득-보유-매도' 전 단계에 걸쳐 현실을 반영한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체 공급 물량을 정해놓고 끼워맞추기식으로 공급하는 게 아니라 지역별·사업지별 특색을 반영해야 한다"면서 "서울에서는 정비사업 이외에 대안을 찾기 어려운 만큼 가장 큰 저해 요소인 부동산 개발 이익 환수에 대한 현실적인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부동산 세제나 임대차법 등은 세부적으로 수정될 수 있겠지만 GTX 같은 주요 개발 호재는 취소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당분간 집값 상승의 방향성은 이어질 것"이라면서 "그렇기에 새 정부는 정비사업 규제 완화 등 정부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상승으로 이어지더라도 결국 꾸준한 공급 정책이 시장 안정으로 귀결된다는 점을 명심해 규제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주택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새 정부 체제에서는 공공과 민간이 함께 협력하고 역할을 양분해서 부동산 정책을 끌고가길 바란다"면서 "주거취약계층 10%에 대해 영구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등 주거 복지 실현에 초점을 맞추고, 조세제도를 전면 개편해 보유세를 올리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망가진 시장 기능을 회복해서 부동산 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 교수는 이어 "도심 고밀개발에 대한 논의가 탄력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이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도 마련해야 한다"면서 "용적률만 높이면 난개발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용적률은 올리되 건폐율은 낮추고, 낮춘 건폐율에 대해서는 도로·공원 용지를 확보해 쾌적한 도시 환경을 갖출 수 있도록 장기적인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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