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러시아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특히 현지에서 공사를 수주한 건설사들은 공사 대금 회수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두고 노심초사하며, 국내의 건설사는 원자재 인플레 후폭풍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러시아가 한국을 비우호국가 명단에 포함시키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가 한국을 비우호국가 명단에 포함시키면서 현지서 사업을 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근심이 더 늘었다. 해외에서 공사를 수주한 건설업체들은 당장 큰 피해를 겪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공기 지연 및 금융거래의 장애로 인해 다양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사의 러시아 건설 수주액은 17억8450만달러(한화 2조1503억원)다. 이는 전년대비 14배 이상 급등한 규모다. 또한 건설사들이 현재 러시아에서 공사 중인 프로젝트는 18건이다. 사업비로 환산하면 103억6000만달러 규모다.
국내 건설사 중 21개사가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건설 공사를 진행 중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3개 업체가 6곳에서 건설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연해주 농장 신설공사 등 21곳 현장에서 DL이앤씨·삼성엔지니어링·현대엔지니어링 등 12개 업체가 참여 중이다.
현지에 진출한 건설사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아직까지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사업의 주 내용이 시공이 아니라 설계와 조달이라서 근로자 안전도 비교적 확보된 상황이라는 전언이다.
정부도 현지에 파견 중인 직원들의 안전 파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아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근무하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외 진출한 건설업체들의 긴장감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큰 피해가 날 가능성이 열려있고 경제관련 피해도 어디까지 커질지 예측할 수 없어서다. 또한 해외건설 사업의 특성상 여러가지 돌반변수도 존재한다.
우선 건설사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금융제재로 송금루트가 막힐 경우 돈을 보내거나 받을 방법이 없게 된다. 이럴 경우 건설사들은 공사 대금 회수에 차질을 빚게 되고 큰 피해로 연결된다. 특히 국제사회가 계속된 러시아 제재에 나설 경우 건설사는 향후 공사현장에서 철수해야 될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원자재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원자재의 유통이 막히게 되면서 가격의 인플레 현상이 발생하면 이는 건설업계의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에 건설업계는 앞으로 구성될 새 정부를 향해 최근 단가 인상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탄소중립 정책부터 원자재 대란까지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 대책 마련을 당부했다.
지난 10일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는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에서 승리를 확정짓자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전문가들이 건설자재 수급 안전화 방안을 모색하길 주문했다.
최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의 유연탄 국제거래시세를 살펴보면 러시아 등 동북아시아 유연탄(CFR 동북아 5750㎉/㎏ NAR) 가격은 이달 4일 기준 톤당 232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일주일 전인 지난달 25일 1톤당 199달러보다 16%나 오른 가격이다. 지난해에는 톤당 100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유연탄은 시멘트의 핵심 생산 원료로 시멘트 생산 단가의 30%를 차지한다. 유연탄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시멘트 단가도 함께 오른다. 이는 레미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결국 건설현장의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이미 시멘트 회사들과 레미콘 업계 모두 국내 주요 종합건설사에 가격인상을 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유연탄 물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러시아산 유연탄은 국내 수입량의 75%를 차지한다.
공사에 투입되는 핵심 자재인 철근도 문제가 많다. 이에 지난 2일 철근·콘크리트 업계의 공사 중단을 경험했던 건설사들은 걱정이 커졌다. 전쟁이 길어진다면 자재 가격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건설업계에서도 재작년부터 꾸준히 이어져 온 원자재 대란에 정부가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않아 불만이 쌓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 부처의 합동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 부처별 담당 영역만 주로 민원을 처리하다 보니 통합정책이 나오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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