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 칼럼] 대선 민의에 겸손하지 못한 민주당과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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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시사평론가
입력 2022-03-1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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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도 같았던 20대 대선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으로 끝났다. 승자와 패자는 나뉘어졌지만 불과 0.73%포인트, 24만7077표 차이로 승부가 났으니 여러 해석도 가능하게 되었다. 압도적인 승리를 목표로 했고 여론조사 기관들도 안정적 승리를 예측했던 윤 후보였기에, 간신히 당선된 모습은 ‘절반의 승리’에 그쳤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패배하기는 했지만, 당초 예상을 상회하는 득표를 했으니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이 당 안팎에서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한다면 두 당 모두 패배한 선거였다는 말도 가능하다. 민주당은 실제로 패한 것이니 당연히 그러하고, 국민의힘은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는 득표에 그쳤으니 그러하다. 그러니 양쪽 모두 몸을 낮추어 민심을 읽으며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당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그러한 겸허함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심각한 것은 정권을 잃게 된 민주당의 모습이다. 민주당의 패배는 사실 뼈아픈 것이다. 5년 전 촛불시민들의 큰 기대 속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고, 보수정당은 궤멸 당하는 듯했다. 그런데 5년도 되지 않아 정권교체 여론이 단연 우위인 환경이 되었고, 민주당 정권 또한 내로남불의 적폐가 되었다는 비판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지난해 보궐선거에서의 참패로 나타난 민심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했건만, 여전히 진영 간의 대결만 부추기는 네거티브에 매달리다가 결국 정권을 내주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대체 선거에서 패배한 당이 맞는가’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만든다.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송영길 전 대표의 입에서는 “대선이 생긴 이래 가장 근소한 표차인 24만표 차이로 결정됐다”는 자기 위안의 말도 나왔고, "우린 정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는 자찬의 말까지 나왔다. 왜 정권을 내주게 되었는가에 대한 통렬한 반성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지도부가 총사퇴 하면서 그동안 강성 ‘친문’으로 분류되었던 윤호중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결정한 일은 민주당의 안이한 현실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대선 패배를 안겨준 민심에 맞서는 태도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윤 원내대표는 21대 국회에서 야당 패싱의 입법 독주를 밀어붙인 선봉장이었다.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있으면서 공수처 출범, 검찰개혁을 앞장서서 밀어붙였다. 그 후과는 편파 수사 논란만 불러일으키고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공수처의 무용론, 대장동 의혹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검찰에 대한 비판으로 나타났다. 또한 윤 원내대표는 임대차 3법을 비롯한 부동산 관련법을 법사위에서 일방 통과시키기도 했다. 그때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역사서에 대한민국 국민이 집의 노예에서 벗어난 날로 기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전세 가격의 급등과 부동산 시장의 불안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보궐선거 패배 직후 원내대표로 선출될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협치와 개혁을 선택하라면 개혁을 선택하겠다. 협치라는 말은 저희가 선택할 대안은 아니다.” 윤 원내대표가 말했던 개혁이 국민적 합의에 바탕한 개혁이 아니었음은 물론이다. 민심 이반을 낳은 입법 독주의 책임을 지고 함께 물러나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민주당은 그에게 비대위원장의 자리를 맡긴 것이다. 오죽하면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를 했던 김동연 후보의 새로운물결에서도 "그는 2018년 총선에서 위성정당 사태를 주도했다. 정치개혁 의지에 맞지 않는 인물"이라며 "민주당이 현 상황을 정말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하고 나섰을까.

그런가 하면 이재명 후보의 지지자들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의당과 심상정 후보를 비난하는 글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에 80만여표를 얻은 심 후보가 완주하지 않고 이 후보와 단일화 했다면 승패가 바뀌었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그래서 ‘윤석열 당선의 1등 공신은 심상정’이라는 비난을 민주당 일부 지지자들이 퍼붓고 있다. 정의당이 어째서 민주당 후보의 손을 들어줄 수 없었던가에 대한 자기 반성은 없이, 선거 때만 되면 다른 정당들을 위성정당처럼 여기는 악습이 재연되는 모습이다. 이렇듯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패배의 원인을 성찰하고 뼈를 깎는 각오로 다시 태어나려는 방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겼다고는 하지만,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도 제대로 이기지는 못했다. 정권교체 여론이 줄곧 55%를 상회하던 선거에서 48.56%의 득표율로 간신히 이긴 데 그친 것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결과였다. 정권교체를 원했으면서도 윤석열 후보를 찍지 않은 수백만의 표는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무엇보다 최종 판세를 흔들며 초박빙의 접전으로 만들었던 ‘이대녀’(20대 여성)들의 분노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이 응답을 내놓아야 한다. 이준석 대표가 이끌고 윤석열 후보가 따라갔던 ‘이대남’ 우선 전략은 ‘남녀 갈라치기’를 통해 표를 얻으려는 ‘나쁜 전략’이라는 비판을 낳았다. 투표일 직전 여성의 날에 ‘여성가족부 폐지-무고죄 처벌 강화’ 공약을 확인하며 여성들을 자극했던 모습은 결국 이대녀들을 분노하게 만들었고, 이재명 후보에게로 결집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 국민의힘이 2030 여성들과 등돌린 채 6월 지방선거도 치르고 국정을 운영할 생각이 아니라면, 과도했던 이대남 전략이 여성들의 마음에 입힌 상처를 헤아리고 젠더 정책과 공약을 수정하는 성찰적 성의를 보여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여가부의 역할’을 말한 조은희 의원을 향해 “당선인의 공약을 직접 비판하지 마시라”는 경고를 하는 이준석 대표의 태도는 권위주의적일뿐더러, 선거 민의를 수용하는 자세도 아니다.

국민들은 승리한 쪽과 패배한 쪽이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눈여겨보게 될 것이다.  누가 겸허하게 몸을 낮춰 민심을 받아들이는지, 누가 달라지는 것 없이 오만한 모습을 보이는지 지켜보고 있다. 그러니 대선은 끝났지만 아직은 끝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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