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회장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흘가량 남겨둔 가운데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금융당국과의 해외연계 파생결합상품(DLF) 판매 관련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패소한 것이다. 다만 항소 등에 따른 법적판단이 확정되기까지 몇 년이 소요될 예정이어서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회장 선임 절차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 “함영주 부회장 ‘DLF 중징계’ 정당”…우리금융과 정반대 결과 '눈길'
1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이날 함 부회장과 하나은행 등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낸 업무정지 등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실이 막대한 상황에서 하나은행이 투자자 보호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함 부회장 등의) 지위와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것이 바람직한 점에 비춰볼 때 금융당국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020년 3월 당시 하나은행장이던 함 부회장에게 DLF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문책경고(중징계)를 통보했다. DLF 사태는 지난 2019년 시중은행들이 고위험 상품인 DLF 관련 정보를 소비자에게 정확히 알리지 않고 불완전판매해 원금손실이 발생한 사건이다. 당시 금융당국은 하나은행에 “타 은행과 달리 투자자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충분히 마련하지 않았다"며 "또 사전에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내부 규정에 안일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판결은 동일한 내용의 소송을 진행한 우리금융과 정반대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앞서 하나은행과 함께 DLF 불완전판매로 징계를 받았던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역시 금융당국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그러나 손 회장은 1심에서 승소했고, 현재 금감원의 항소로 서울고법에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징계 효력정지'에 회장 선임 문제없을 듯···'사법리스크' 꼬리표는 여전
한편 이번 결과에 따라 바로 당장 다음 주로 다가온 하나금융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함영주 부회장이 주총과 이사회를 거쳐 하나금융 회장으로 공식 선임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달 8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함영주 부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일단 함 부회장에 대한 중징계 처분 효력 자체가 정지된 데다 이번 판결이 1심인 만큼 헌법 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입각해 하나금융 회장 선임 자체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회추위 역시 함 부회장이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한 결론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점을 들어 함 부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한 바 있다. 하나금융도 이번 사안과 관련해 항소 등 법적대응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함 부회장이 금융당국 중징계라는 '사법리스크'를 안고 가게 되면서 외국인 주주들의 표심이 25일 있을 주총에서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함 부회장과 관련된 재판 및 제재 사실이 지배구조의 중대한 실패를 의미한다"며 함 부회장의 회장 선임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권고했다. 하나금융 외국인투자자 지분 보유비중은 전체의 약 70%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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