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의 베트남 통(通)]'대박인가 사기인가' 베트남 기획부동산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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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김태언 특파원
입력 2022-03-2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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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베트남 주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Facebook)에 한 영상이 공개되자 베트남 사회가 순식간에 파장에 휩싸였다. 내용은 다름아닌 부동산 판매 관련 영상. 4분가량인 이 영상에서 부동산 회사 직원들은 한 농지의 텐트 구역에서 일명 핑크북(등기)이 들어 있는 서류가방을 들고 뛰쳐나와 큰 소리로 15번, 16번, 17번, 18번 등 번호를 외친다. 이후 주변에 서 있던 차량들에서는 사람들이 부리나케 뛰어나와 보증금을 낸 사실을 확약하고 가방 속 서류와 번호를 확인한다. 토지 거래가 경매 형식으로 불과 수분 만에 이뤄지는 장면들이 그대로 영상에 담겼다. 

영상은 공개되자마자 순식간에 리트윗 수천 건과 댓글 수만 건이 달리며 베트남 현지 여론을 뜨겁게 달궜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러한 불법적인 토지 분양 수법 때문에 지방의 일반 대지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것이라며 즉시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중개업자는 부동산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조차도 부동산 가격을 엉망으로 만드는 조작인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영상을 단독 보도한 탄니옌(Thanh Nien)은 주목할 건 삽시간에 1~30번까지 모든 필지의 거래가 순식간에 완료된다는 점이라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부동산 투자에 대한 과도한 열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공개돼 베트남 사회를 들끓게 했던 문제 동영상의 한 부분. 화면 속에서 부동산 회사직원들이 가방을 들고 필지를 지정하고 있다. [사진=탄니옌(Thanh Nien) 온라인판 캡처]

◆“기준가격에서 한 달 사이 1~2배 급등” 록탄 프로젝트 통해 드러난 베트남 토지 열풍 실태
베트남에서 새로운 형태의 부동산 투자 방식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기획부동산이다. 기획부동산은 여러 형태가 있지만 보통 한 필지의 땅을 해당 업체가 일괄 매입해 이를 다시 필지를 나누어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베트남 법령상 땅을 사서 분할해 판매하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통상 기획부동산 업체는 필지를 개발 호재가 있고 용도 변경이 가능한 것처럼 꾸며 일반인들에게 수 배에서 수십 배에 이르는 지가로 되팔아 부당이익을 편취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영상에 등장한 해당 부지는 베트남 남부 빈프억(Binh Phuoc)성 록닌(Loc Ninh)현 록카인(Loc Khanh)면 도이다(Doi Da)읍에 있다. 토지 매매 직원은 빈즈엉성 투저우못(Thu Dau Mot)시에 있는 N.K 부동산 회사 직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N.K 부동산 회사는 이날 이것을 ‘록칸(Loc Khanh) 프로젝트’로 소개하고 확성기를 통해 어떤 토지에 보증금을 낸 고객이 있는지 시끄러운 음악과 섞어 지속적으로 발표했다.

록칸면 인민위원회는 이날 아침에 자동차 30여 대와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부동산을 사고팔기 위해 모였다는 정보를 받고 현지 공안을 파견했지만 아침에 이들은 행사를 진행하지 않다가 공안이 철수하자 바로 행사를 시작했다.

탄니옌 보도에 따르면 이번 영상에 나온 필지는 개발 호재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취재 결과 프로젝트와 관련해 현재 승인된 주거 프로젝트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또 이 지역에는 현재 신규 법인 1개만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 역시 아직 구제적인 실행계획조차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쩐꽝빈(Tran Quang Vinh) 록칸면 인민위원회 위원장은 탄니옌과 인터뷰하면서 “시민들의 부동산 매매 수요는 정당한 절차”라면서도 “지방 당국에 보고하지 않고 사람들을 모으는 행위, 거짓정보를 기초로 한 부동산 거래는 불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상황에 대한 기록을 작성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에게 출석을 요구했다”며 “현재 면 인민위원회는 이 사건을 록닌현 인민위원회와 관련 기관에도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개발 호재·용도 변경으로 속여 편익 취해···“저소득층 주택 소유 기회 상실할 수도”

탄니옌의 기획부동산 관련 보도내용 [사진=탄니옌(Thanh Nien) 온라인판 캡처]

베트남에서 기획부동산이 잘 알려지게 된 계기는 2019년 9월 동나이 한 대규모 필지를 두고 벌어진 알리바바(Alibaba)의 사기 분양 사건 때문이다. 기획부동산업체 알리바바는 당시 농지 600㏊(약 180만여 평)를 매입해 신도시가 들어설 것이라고 속여 투자자 6700여 명에게 2조5000억동(약 1360억원) 상당 피해를 안긴 바 있다.

기획부동산은 부동산시장이 발달한 한국,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방식이지만, 베트남에 이 같은 기획부동산 형태의 투자는 초장기 시장의 특성상 극히 드물었다. 베트남 기획부동산 형태의 사기 방식은 비교적 최근인 수년 전부터 시작돼 아직까지도 일반에서는 그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다.

탄니옌에 따르면 이번에 문제가 된 록칸현 프로젝트를 포함해 최근 다른 베트남 지역에서도 이러한 기획부동산 관련 지가 상승 열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급된 토지의 주요 지가 구간은 박장(Bac Giang)의 산업지대 주변 토지, 탄화(Thanh Hoa)시와 삼선(Sam Son)시에 대규모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는 지역의 주변 토지, 휴양지인 다낭과 국경지대의 랑선 지역 등이다. 이들 지역은 이미 올해 설 연휴를 기점으로 공시지가에서 수배 이상 오르는 등 비정상적인 거래가 다수 포착됐다. 

정부투자자문인 쩐민끄엉(Tran Minh Cuong) 변호사는 “많은 곳에서 사람들이 토지에 투자하기 위해 사업과 생산을 포기했다. 은행 예금도 투자를 위해 인출됐다”며 “땅 투기는 도처에서 끓고 있고, 가격은 한 달 후 평균 50%까지 치솟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1~2개월 만에 2~3배 증가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르꿕홍(Le Quac Hong) 부동산 칼럼니스트는 “토지 브로커와 투기꾼은 서로 손을 잡아 호재를 구성해 가격을 폭파하고 지분 쪼개기를 통해 투자자가 시장에 참여하도록 유인한다”며 “이러한 기획부동산 존재 목적은 오직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땅값을 올리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 천연자원환경부 차관인 당훙보(Dang Hung Vo) 교수는 “많은 지역에서 국가지도자의 지시를 악용하고 가짜 문서를 만들어 뉴스를 퍼뜨리고 프로젝트 계획과 개발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유포한다”며 “전국 각지에서 가짜 열풍을 일으키는 현상도 두드러진다”고 상황을 전했다. 

또 “열풍이 지나가면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함정에 빠지고 큰 손실을 입고 심지어 빚까지 지게 돼 베트남 전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특히 도시 지역에서는 이러한 지가 상승 결과로 다수의 중·저소득층 사람들은 주택을 소유할 기회를 상실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 전담팀 구성 등 관리감독 강화 방침···“재산세 신설 등 종합대책 추진해야”

베트남 중부 꽝지성에서 풍력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 [사진=VN익스프레스 영문판 캡처]

관련 업계는 기획부동산 등 최근 토지 열풍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재산세 신설, 은행 부동산 담보대출 규제, 공시지가 현실화, 핑크북(등기)과 레드북(소유권 권리증서) 전산화 등 무엇보다 시장 왜곡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레황쩌우(Le Hoang Chau) 호찌민시 부동산협회(HoREA) 회장은 “현재 베트남은 부동산 보유에 대한 재산세가 없다”며 “투기적인 투자자에게는 주택과 토지를 매매하고 양도한 행위에 대해 높은 세금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 실제 개발되지 않아 황폐하게 버려둔 토지의 프로젝트에도 높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개발업체 EZ부동산(EZProperties) 대표인 팜득또안(Pham Duc Toan)은 “부동산 담보대출비율이 현행 70%까지 설정되어 있다”며 “과도한 대출 규모를 줄이고 또 공시지가도 매 1년 조정에서 6개월이나 3개월 단위로 조정해 지가를 현실화해야 한다. 핑크북을 전산화해 정보공개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우선 재산세를 신설하고 규제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결국 기획부동산과 지가 상승의 폐해는 당장 피해자들의 부채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와 나아가 국가 프로젝트 개발에도 큰 차질을 빗게 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천연자원환경부는 납세의무 부과, 가상거래 통제, 지가와 부동산 가격 인상을 위해 토지이용권 이전 등록, 토지이용 목적 변경 등에 관한 규정을 엄격하게 시행할 것을 지방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최근 토지 투기의 원인으로 지적받는 재산세를 신설하는 관한 법률 초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안에 따르면 비과세 주택 기준액이 10억동 미만이면 공동 재산세(토지와 주택 포함)는 0.3~4% 세율을 적용한다.

지방정부도 현장 단속 강화에 나서고 있다. 박닌성 인민위원회는 최근 전담단속팀을 구성해 토지 열풍을 일으킨 부적격한 부지로 불법 분할된 6개의 부동산 프로젝트를 검사하겠다고 밝혔다. 다낭시인민위원회는 지역 내에서 공개된 정보와 달리 거래 건수를 조작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동산들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또 빈푹성 당국은 또 시민들에게 브로커와 투기투자자의 덫에 빠지지 말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팜민찐 총리는 최근 관련 회의에서 실제 가격보다 몇 배 더 높게 올려 지가를 판매하는 것은 사회질서 위반을 초래한다고 지적하면서 “국가의 자원(부동산)이 잘못된 방향(투기)으로 낭비돼서는 안 된다. 2045년 국가주택개발전략의 일환으로 법에 규정된 대로 충족되지 않은 부동산 상품 거래와 거래 행위를 엄격하게 처리하고 시행 중인 토지와 주택 프로젝트에 대한 검사·조사·검토를 전반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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