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전국 주택경기가 부진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분양시장이 크게 얼어붙은 대구 지역에선 미분양 사례가 연이어 나오자 청약 접수자의 계약금을 보장해주는 제도까지 나왔다.
1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4일까지 청약 접수를 신축 단지 11곳 중 10개 단지가 미분양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대구 외곽 지역뿐 아니라 중심지로 통하는 수성구와 대형 건설업체의 분양 단지에서도 이어지는 탓이다.
국토교통부 집계에서도 지난 1월 기준 대구 미분양 주택은 3678가구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1977가구를 기록했던 것에서 한 달 새 86%나 증가한 것이다.
월별 집계상으론 전국적으로 부동산경기가 침체했던 2011년 말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다만, 지난해 12월 이후 대구 전역에서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당분간 역내 미분양 주택 수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대구 지역 부동산의 약세 분위기는 최근 2년 동안 신규 공급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활발했던 지역 주택경기로 분양가가 크게 오르며 부담감이 커진 탓으로 풀이된다. KB부동산이 집계한 대구 주택매매가격은 2020년과 2021년 각각 9.3%와 8.2%가 오르며 지난 2년 간 총 17.5% 매매가격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신규 주택 분양이 이어지자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며 구매심리가 악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이 주택 공급자 입장에서 집계하는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와 분양경기실사지수(HSSI)에서 올해 대구 지역의 전망은 전국 최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대구 지역의 HSSI 전망치는 39.1까지 주저앉기도 했다. 기준치를 100으로 잡는 해당 지표는 낮을수록 공급자들이 분양시장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는데, 당시 전국에서 지수가 50 아래로 떨어졌던 것은 대구가 유일했다. 공급과잉 이슈가 나왔던 지난해 12월 당시 대구의 HSSI 전망치는 62.5 수준이었는데, 실제 같은 달 실적은 40.9로 한참 부진한 수준으로 잡히며 업계의 우려를 키웠던 탓이다. 다만, 지난달 대구의 HSSI 전망치는 전월 대비 18.5p나 뛰어오르며 57.6 수준을 회복했다.
대구 지역 HBSI 전망치 역시 이와 유사한 추세를 보이며 이달까지 3개월째 50대에 머물고 있다. 해당 지표는 115와 85를 각각 기준으로 그 이상을 상승 국면으로, 이 미만은 하강 국면으로 풀이한다. 이 사이는 보합 국면이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건설사는 분양율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까지 내놨다. 이날 롯데건설은 대구 달서구 본동에서 분양 중인 아파트 단지인 '달서 롯데캐슬 센트럴스카이' 계약자에 한해 '계약금 안심보장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는 청약 후 계약자들이 일정 시점에서 계약 해지를 원할 경우 위약금 없이 제세공과금 등만 제외한 계약금 일체를 돌려주겠다는 제도다.
특히, 회사는 특약 해지 접수 기간 안에 해지 요청을 할 경우 입주 지정기간 종료일까지 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도 전액 환불하기로 했다. 반면, 기존 계약을 유지하는 입주민에게는 혜택을 제공한다. 계약금 완납일 다음 날부터 입주개시일까지 일할해 계약금에 연 5.0%를 가산한 금액을 입주민에게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계약금 안심보장제가 실행되면 사실상 수분양자들은 부동산 시장 동향을 살펴보며 실질적 매수 시기를 정할 수 있게 된다"면서 "계약자 입장에서는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고 건설사 입장에선 분양성을 높일 수 있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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