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3월 회의에서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물가 목표치 2%를 크게 웃돌고, 노동시장 역시 견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이달 회의에서 연방 금리의 목표 범위를 올리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며 "25bp 금리 인상을 지지한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높은 수준에 머물며 금리를 더 올리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금융시장은 이미 이번 회의에서의 25bp 금리 인상을 확신하는 모습이다. 16일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 반영된 올해 3월 연준이 금리를 25bp 인상할 가능성은 96.3%에 달한다. 50bp 인상을 고려하는 비율은 3.7%에 불과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시장 투자자들은 거의 절반에 가까운 45.3%의 비율로 50bp 금리 인상을 전망했지만 파월 의장의 발언에 마음을 돌렸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의 네이선 시츠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지정학적 사건이 없었다면 이번 회의에서 50bp 인상도 논의되었을 것"이라며 "파월 의장이 할 수 있는 일은 50bp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는 것밖에 없다"고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밝혔다.
세계 경제 상황이 불확실성으로 뒤덮이면서 연준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은 시시각각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9월 회의에서 연준 의원들 중 절반은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1~2회 인상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으며, 나머지 절반은 금리 인상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12월 회의에서 이러한 전망은 크게 바뀌었다. 예상보다 인플레이션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부분의 연준 의원들은 2∼4회 금리 인상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4.7% 상승했지만 코로나 확진자가 줄고, 공급망 차질이 완화하며 올해 말까지 2.5~3% 수준으로 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PCE는 연준이 중요시하는 물가지표다.
그러나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공급망 차질이 악화하며 지수는 계속해서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1월 근원 PCE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5.2% 상승했다. 노동시장 역시 계속해서 타이트한 모습을 보이며 임금 상승에 힘을 실었다.
계속되는 물가 상승과 견조한 노동시장 상황에 연준은 연내 7차례 정례 회의 중 대부분의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윌리엄 잉글리시 전 연준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상승이 장기화하며 연준은 확실히 금리를 더 많이 인상하고자 할 것"이라고 WSJ에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연준이 금리를 지나치게 빠르게 인상하며 수요를 억제해 경기 침체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인디드고용연구소의 타라 싱클레어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대응은 항암을 위해 화학요법을 시도하는 것과 같다"며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경제 일부를 희생해야 한다"고 CNBC에 밝혔다. 금리 인상의 효과가 나타나 물가가 낮아지기 전에 저소득 근로자 등은 대출 이율 상승 등으로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조사 결과 이날 향후 한 해 동안 미국에 경기 침체가 나타날 가능성이 지난 2월 기록한 23%에서 10%포인트 증가해 33%까지 높아졌다고 밝혔다.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들의 62%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고 야후파이낸스는 보도했다. 지난 2월 기록한 30%에서 큰 폭으로 늘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연준은 경기 침체에 빠지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위태로운 외줄타기에 나섰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균형을 유지하고 경기 침체에 빠지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연준의 성공은 주식 시장과 신용 스프레드, 투자 심리 변화를 비롯해 향후 나타날 수 있는 지정학적 문제 등 수많은 요소에 달려 있다"고 CNBC에 평가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