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보험사의 백내장 수술에 따른 실손의료보험금 지급액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실손보험 정상화를 위해 백내장을 포함한 비급여 보험금 지급 규제를 검토하면서, 일선 병·의원이 조직적으로 백내장 수술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일부 병·의원은 전직 보험설계사를 브로커로 고용해 백내장 수술 모집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손해보험 상위 5개사의 지난 2월 말 기준 올해 백내장 수술 관련 보험금 지급 총액은 1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지급된 보험금 700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백내장 수술 관련 보험금은 갈수록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500억원 수준이던 5개 손보사의 백내장 수술 지급 보험금은 지난달 약 800억원으로 늘었다. 이 중 일부 손보사의 경우 이달 15일까지 지급한 보험금이 이미 2월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보험사의 백내장 관련 보험금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앞서 실손보험의 백내장 관련 보험금 지급액은 2019년 4228억원, 2020년 6378억원, 지난해 9300억원까지 치솟았다. 4년 새 3배가량 급증한 셈이다.
백내장 보험금 지급액이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병·의원의 집중적인 절판 마케팅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실손보험 정상화를 위한 규제로, 백내장 수술 관련 보험금 지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자 규제 시행 전에 보험금을 챙기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부 병·의원은 당국 규제를 악용, 전직 보험설계사를 동원해 백내장 수술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전직 보험설계사를 브로커로 고용해 현직 보험설계사로부터 고객 유치 시 수수료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이들 브로커는 현직 설계사로부터 소개받은 고객이 실제 수술을 할 경우 건당 50만원가량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대해상은 제보를 통해 전직설계사로부터 백내장 수술 시 수수료 지급을 목적으로 접근하는 브로커(전직 보험설계사)에 대한 신고제도를 운영하기로 했다. DB손보와 KB손보는 백내장 수술 환자를 모으기 위해 과장·허위 광고를 낸 안과 병·의원을 보건당국에 신고하기도 했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백내장 수술 관련 보험금 지급액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데, 일부 병·의원들이 당국의 규제 전 집중적으로 마케팅을 벌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이들 병·의원은 기존에 건강검진을 받은 고객 중 백내장 소견이 있었던 고객들을 중심으로 수술을 권유하고 있고, 전직 설계사를 브로커로 고용해 불법적으로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들은 지난해 실손보험에서만 수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며 "이 같은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빠른 비급여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