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BNK의 리스크관리 RISK①] 야심찬 용산프로젝트, 8개월째 방치 중…계약금 떼일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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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범 기자
입력 2022-03-1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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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투자증권이 추진 중인 오피스텔 사업이 꼬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프로젝트의 시작인 명도 이전이 없는 상황에서 사업을 주먹구구로 진행하다 보니 어려움이 가중됐으며 최악에는 계약금을 날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BNK투자증권은 시행사 테라팰리스와 아레나팰리스에 '용산 주거복합시설 개발사업' 관련 금융 자문을 제공 중이다. 용산 개발사업은 서울 용산구 원효로 72-2 등 10여 필지에 위치한 상가를 허물고 오피스텔을 짓는 사업이다. 

BNK투자증권은 두 시행사의 지분 18.4%를 보유한 우선주(RCPS) 주주다. 또 내부 직원을 두 시행사에 사내이사로 파견할 만큼 이번 프로젝트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 
 

[출처=네이버 지도]


그런데 사업이 시작된 지난해 6월 이후 아직 오피스텔 신축을 위한 삽도 뜨지 못한 상태다. 명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명도란 부동산에 살고 있는 임차인을 내보내는 과정이다. 기존 건물을 허물고 신축하기 위해선 현재 임차인을 내보내는 일은 불가피한 과정이다. 

부동산 개발 시 명도는 프로젝트를 좌우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사안이다. 명도 전문 로펌이 있을 정도다. 

특히나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개발 프로젝트에서는 명도를 마친 토지를 매수하는 게 관행이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아레나팰리스와 테라펠리스 등 매수자(시행사)가 아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시행사가 임차인을 명도하지 못하고 계약을 해제한다면 계약 조건상 1차 계약금을 되돌려받는 게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 IB 업계 관계자는 "토지 매매 시 대부분 명도를 기본 조건으로 하는 경우가 99.9%"라며 "명도가 이뤄지지 않으면 알박기 등으로 인해 문제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명도 없는 상가 부동산 매매는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개발사업 관련 인허가를 받기 전에 점유할 시간을 잠시 줄 수는 있지만 이론적일 뿐 거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소송, 명도 미이전 등 문제가 있음에도 파이낸싱 과정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BNK투자증권의 리스크 관리 능력과 준법 감시(이하 컴플라이언스)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리스크 관리와 컴플라이언스는 증권사 시스템상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부문이며 증권사가 최소한의 안정성 속에서 수익성을 추구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와 컴플라이언스를 통해 증권사는 계약의 적정성과 타당성을 따진다"고 설명했다. 

BNK그룹의 리스크 및 컴플라이언스 부서는 다른 금융사들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지난해 BNK투자증권은 저축은행 7~8군데와 함께 신디케이트 방식으로 선·중·후 순위 트랜치를 구성해 브리지론에 파트너를 모집했다. 하지만 브리지론 참여를 고민했던 여러 저축은행은 내부 심의 과정에서 명도 미이행 등을 이유로 대출 승인이 부결된 것으로 파악됐다. 참여한 곳은 BNK투자증권 관계사인 BNK저축은행뿐이었다. 

공격적으로 대출을 집행하는 저축은행조차 명도가 이뤄지지 않은 개발사업은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독 BNK투자증권만 리스크 판단이 달랐던 셈이다. 

또 다른 부동산 IB 관계자는 "모두가 빨간불이라 건너지 않을 때 혼자 파란불로 판단할 수는 있다"면서도 "이중 매매 관련 소송, 명도 미이행 등 상황임에도 용산프로젝트에 어떤 매력이 있어 조직 차원에서 합의가 이뤄졌는지 궁금하고, 매우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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