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해소와 노동규제 완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중소·벤처업계에 제시한 핵심 공약이다. 주52시간 탄력 운영과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 설치 등 파격적인 공약들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소·벤처기업의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주요 공약들이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윤 당선인의 중소기업 관련 주요 정책을 보면 △주52시간 근로제 탄력적 개편 △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 설치 △납품단가 제도 개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세제·금융 지원 △가업승계제도 개선 등이다.
우선 윤 당선인은 현행 주52시간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사업주와 근로자 간 합의를 전제로 연장근로와 탄력근로의 단위 기간을 월 단위 이상으로 확대한다. 총 근로시간은 유지하되 작업량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단 노동자의 휴식 시간은 하루 최소 11시간을 보장하기로 했다.
주52시간제 개선은 중소기업계가 오랜 기간 요구해온 사안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300개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20대 대통령에게 바란다, 중소기업·소상공인 의견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이 조사에서 윤 당선인의 중소기업 정책공약 중 중점적으로 추진돼야 할 과제로 ‘주52시간제·중대재해처벌법 등 노동 규제 개선’이 49.0%로 가장 많았다.
윤석열 정부는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를 위해 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도 설치한다. 특히 윤 당선인은 중소기업계를 대표하는 인물에게 상생위원회를 맡기겠다고 공약했다. 이르면 올해 위원회가 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14일 중기중앙회 초청 ‘중소기업 정책 비전 발표’ 행사에서 “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일을 대통령이 직접 청취하고, 누적돼 온 원도급업체의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나 중소기업 기술의 불법 탈취 등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납품단가 제도 개선을 통해 제값 받는 환경도 조성한다. 계약 기간 중 원자재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대기업이 납품대금조정협의에 의무적으로 응하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한다.
중소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도 돕는다. 이를 위해 업종 변경 제한을 폐지하고 사후 관리 기한도 현행 7년보다 단축하고, 중소기업의 계획적 승계 지원을 위한 사전 증여제도도 개선한다. 수출 이전 단계에 수출품 완성과 외상거래 시 현금화를 위한 무역금융 보증 지원도 확대한다.
ESG, 디지털 전환 등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경쟁력 높이기에도 집중한다. 중소·벤처기업 ESG 관련 민관 합동 컨트롤타워를 설치하고 ESG 평가지표 표준화를 추진한다. 대기업과 ESG 경영 협력도 촉진한다.
벤처기업의 우수 인력 충원과 투자 활성화에도 나선다. 벤처기업 종사자가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을 행사할 때 비과세 한도를 2억원까지 상향한다. 코스닥 상장기업에도 행사 이익 과세특례를 적용해 상장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또 중소·벤처기업 지원사업을 종합 평가해 '혁신성장 프로그램'으로 개편하고 중견기업으로 성장 시 3년 유예기간을 확대 적용한다.
◆ 중소·벤처업계 기대감
중소·벤처기업계는 윤석열 정부에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과거 한국 경제는 대기업 중심의 성장 전략으로 인해 대·중소기업 양극화가 심화하고, 중소기업의 창의와 역동성은 저하됐다”며 “불공정하고 비상식적인 경제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당선인은 상생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에는 중소기업계의 상징적 인물을 임명하겠다는 약속을 세 차례나 표명했다”며 “이는 대·중소기업 간 상생문화 정착과 양극화 해결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벤처기업협회도 “윤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디지털 대변환의 핵심 주체를 민간기업으로 규정하고 벤처기업 창업과 성장에 걸림돌인 규제를 과감히 개혁할 것을 공약으로 제시했다”며 “벤처기업이 마음껏 도전하고 꿈을 펼칠 수 있는 기업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 尹, 경제5단체장과 오찬
재계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21일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구자열 한국무협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점심을 함께하기로 했다.
지난 9일 대선 이후 재계에서는 윤 당선인이 경제단체들 중 어느 단체를 가장 먼저 방문할지가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역대 대통령 당선인들은 경제단체 방문을 시작으로 경제 정책의 큰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제시해왔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후 9일 만에 전경련을 찾아 재계 수장들과 간담회를 했다. 전경련에 힘을 실어준 행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당선 후 6일 만에 중기중앙회를 가장 먼저 방문했다. 박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보수 정당 후보로는 파격적으로 경제민주화를 내세웠다.
윤 당선인이 어느 한 경제단체를 방문하는 대신 경제5단체장과 동시에 만나 민간 중심 성장, 양극화 해소, 규제 완화 등이 담긴 메시지를 종합적으로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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