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제주도까지 가서 장례 치러요"…코로나 사망자 폭증 수도권 화장장‧안치실 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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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권성진 기자
입력 2022-03-2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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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19 사망자와 환절기 사망자 등이 급증하며 화장 수요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7일 경기도 한 화장장 모니터에 화장 현황이 표시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 20일 세상을 떠난 A씨 유족들은 경기도 한 대학병원에서 장례를 치르고, 24일 화장터를 찾아 강원도 태백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증가로 화장터 예약이 늘어나면서 연고지인 인천과 가까운 화장터를 찾을수 없어서다.

20일 경기도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 사무실은 분주했다. 해당 병원 장례식장에는 6구를 수용할 수 있는 안치실이 있지만 최근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증가하면서 한 달에 수용 가능한 건수를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장례식장 직원 B씨는 "한 달에 30건 정도 들어오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달에는 20일까지 33건 들어왔다"며 "최근에 1.5배 정도 늘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가 보여준 화이트보드에는 '사망자 84세, 54세' '용인화장터' 등 관련 정보로 빼곡했다. 그는 "빈소는 있는데 안치실은 자리가 없다"고 전했다.

잠시 대화를 하던 B씨는 호출을 받고 자리를 떴다. "6시 20분에 일을 처리해야 할 시간"이라며 동료 직원이 찾아와서다. B씨가 떠난 자리에서는 남은 직원 2명이 문의를 하러온 여러 유족들과 상담하느라 분주했다. 일을 처리하느라 오가던 B씨는 최근 "중국계 무연고자까지 들어와서 정말 바쁘다"며 "화장터라도 더 세워서 해결되면 좋겠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사망자가 급증해 화장터 부족 등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3일간 진행되던 장례가 4일장, 5일장으로 치르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또 화장이 어려워지면서 고인을 안치할 공간도 부족해 유족들은 빈소와 떨어져 있더라도 여유가 있는 안치실을 찾아 나서고 있다.

경기도 소재 한 장례식장에서는 최근 화장터 등 문제로 5일장, 6일장이 일반화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6일 사망한 C씨 유가족들은 화장터 등 문제로 5일장을 치러야 했다. 장례지도사 D씨는 "지역 주민에게 우선권을 주는 방향으로 화장이 진행되는데, 최근에는 지역 주민도 화장을 못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장례지도사 E씨는 "제주도에서 장례지도사를 하는 친구가 있는데 육지에서 제주도로 가는 사례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장례 기간이 길어지면서 유족들에게 경제적인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일부는 경제적인 이유로 3일만 빈소를 차리고 안치실에 모시기도 하는데, 안치실을 운용할 여유가 있는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른 유족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안치실이 없어 장례를 치른 곳과 다른 곳에 고인을 안치해야 하는 상황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장례지도사 F씨는 "안치실, 화장장이 없어서 점점 더 외곽으로 가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유족들이 불만을 토로해 난감하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안치실이 없어 빈소 자체를 꾸리지 못한 유가족들이 발만 동동 구르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긴급 대책을 내놨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난 16일 “전국 60개 공설 화장시설 운영시간을 2~6시간 연장하고, 하루 1044명 수준인 화장 가능 인원을 1580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화장터 포화 상태가 여전해 화장 횟수를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례지도사 G씨는 "15일부터 화장 횟수를 늘린 것은 맞고, 체감도 된다"면서도 "예전처럼 운영되기에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20일 오전 11시 30분 기준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e하늘장사정보시스템에 접속해 전국 시도별 화장 예약 상황을 분석한 결과 서울 2곳, 경기 4곳 중 1곳, 충남 3곳 중 1곳, 부산 1곳 등 5개 화장장은 오는 24일까지 예약이 모두 완료됐다. 이들 화장장을 이용한다면 5일장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사망자 중 화장을 선택한 유족 중 3일 차 화장률은 86.4%였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82.6%로 낮아지더니 올해 1월 85.3%, 2월 77.9%에 이어 이달 9일 기준 47.4%에 그친다. 절반 이상이 사망 후 3일 차에 화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일 오전 기준 인천 지역만 24일 예약이 가능해 5일장을 간신히 치를 수 있는 상황이다. 부산과 대구 지역은 5일장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고인이 사망한 지역에서 3일장을 할 수 있는 곳(22일 화장이 가능한 곳)은 울산·강원·충북·전북·전남·경북·경남·제주·세종 등 9곳이었다. 대전·광주 지역은 4일장이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전국 화장장 예약 상황은 수시로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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