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에서 검사가 피고인과 변호인의 증거 기록을 열람・등사를 거부할 사유가 광범위해 피고인 방어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검사가 증거 기록을 모두 갖는 현행 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1일 ‘검사의 피고인에 대한 증거기록 제출’을 주제로 온라인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검사가 보관하는 서류와 물건 등 증거 기록을 피고인과 변호인의 방어권, 변호권 보장 측면에서 더 효율적으로 확보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형사소송법 제266조의3는 공소 제기 후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서류 등에 대해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열람‧등사 또는 서면 교부를 신청하는 경우, 검사는 이에 대한 제한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원칙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지난 2007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며 도입된 ‘증거개시’ 제도의 골자다.
이에 대해 김민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증거개시 제도는 공소가 제기된 경우뿐 아니라 공소 제기 전 수사단계에 있는 피의자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도 “공소 제기 전에 대해선 제도상에 명문화한 규정이 없을 뿐 아니라 법원의 증거개시 결정이 이뤄져도 이를 강제할 방안 역시 부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판기일 변경이나 공소기각 판결 가능성을 두는 방안 등을 통해 검사에게 증거개시 이행 시간을 주고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그 내용을 받아 검토할 시간을 부여해야 한다”면서도 “중단 기간이 장기화할수록 재판 절차도 지연된다는 점에서 기한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입법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권영빈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형사소송의 이념은 ‘당사자 대등주의 구현’인데, 검사가 공소 제기 전부터 수사 기록과 증거 기록을 모두 확보하고 있어 우월적 지위에 있는 게 현실”이라며 “특히 공판기일 시작 전 검사는 증거 기록뿐 아니라 증거 기록 외 수사기록까지 검토할 수 있으므로 대등 당사자주의가 침해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1회 공판기일 전 검사가 피고인에게 증거 기록 목록과 증거 기록을 송부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판사의 예단 배제 효과는 그대로 살리며 당사자 대등주의와 공판 중심주의를 강화하고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하며 신속한 재판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열람·등사 제한 사유가 너무 광범위할 뿐 아니라 변호인이 검사에게 열람·등사를 신청해 관련 기록을 일일이 열람·복사하다 보니 재판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피의자나 피고인 방어권을 실효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형사 절차 모든 단계에서 증거 기록 열람·등사가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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