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1일 경제6단체장을 만난 오찬 자리에서 기업의 자율성과 도전 정신, 규제 혁파 등을 수시로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와 궤를 달리하면서 그동안 쌓인 재계 원성을 해소해주겠다는 ‘친기업’ 행보로 읽힌다. 특히 경제계 우려가 가득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 주요 규제들이 기존보다 크게 완화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날 윤 당선인과 경제6단체장의 회동은 훈훈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1시간 정도 공개 회동을 한 후에 비공개로 전환했다. 공개 회동에서 경제단체장들은 준비한 건의사항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윤 당선인에게 어떠한 어려움이 있는지 허물없이 의견을 나눴다.
손경식 경영자총협회 회장과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을 거론하며 새 정부가 우선적으로 완화에 나서야 할 규제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최근 산업 안전 필요성과 함께 기업들이 재해 예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처벌 중심인 중대재해처벌법에 기업인들은 걱정이 많으며 현실에 맞는 수정과 재해 예방 활동 강화라는 대안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공개 회의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수위에 전달한 건의사항을 고려할 때, 각종 규제 완화와 반도체특별법 등 산업 진흥에 대한 보완사항 등에 구체적 의견을 나눴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새 정부 들어 그동안 암묵적으로 이뤄진 경제단체들 간 힘겨루기 양상에도 변화가 일 조짐이다. 지난해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 초기 당시, 경제6단체 중 전경련만 빼고 건의서가 올라가 해석이 분분했다. 이후 전경련을 뒤늦게 추가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전경련 패싱을 의식한 경제계의 ‘자진납세’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전경련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일명 ‘주홍글씨’가 새겨졌다. 1961년 삼성그룹 창업자인 고(故) 이병철 회장 등이 주도로 설립된 이후 줄곧 재계 맏형 노릇을 해오다 처음으로 맞이한 시련이었다. 삼성 등 4대 그룹이 모두 탈퇴하고 한때 630여 개였던 회원사가 450여 개까지 줄어들었다.
여기에 경총과 전경련 통합 방안도 터져 나와 양측의 갈등 관계까지 조성됐다. 손 회장은 최근까지도 경총과 전경련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지만, 전경련은 통합에 수긍하는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만약 전경련이 새 정부 들어 위상을 회복한다면 4대 그룹 재가입이 이뤄지는 등 목소리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영향력이 높아진 대한상의와의 관계도 평행선을 그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이날 윤 당선인 대변인인 김은혜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윤 당선인은 공정의 기반에서 상식의 회복,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 복원 등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완하해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이 어느 단체에 힘을 실어주기보다 균형적인 동반자적 관계를 우선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이 새 정부에서 예전 위용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중요한 것은 어느 단체가 맏형 노릇을 하겠다는 소모적 논쟁보다 경제계에 산적한 과제 해결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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