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중국 당국이 리튬 가격 안정화에 발 벗고 나서면서 18일부터 리튬 가격이 한풀 꺾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향후 흐름에 대해서는 업계 전망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공급망 혼란이 예상보다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리튬 가격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리튬 가격이 고점을 찍었으며 점차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전기차·배터리 가격 '도미노 인상'...리튬 가격 급등 원인
최근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배터리 가격 인상 등 원가 부담이 늘면서 차량 출고가를 앞다퉈 올렸다. 지난 1월 가격 인상 붐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3월 가격 인상의 포문을 가장 먼저 연 쪽은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다. 테슬라는 지난 11일과 15일 두 차례에 걸쳐 차량 가격을 인상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신규 계약 분에 대해 판매 가격을 인상한 것이다.
이후 비야디, 샤오펑자동차, 나타(哪咤) 등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도 속속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3월 들어서만 20여개 전기차 업체가 40여개 모델 가격을 올렸다고 중국 경제 매체 21세기보도망이 최근 보도했다. 모든 업체가 원자재 가격 급등을 가격 인상 이유로 내세웠다.
전기차 업체뿐만 아니라 배터리 업체도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CATL는 지난 21일 현지 언론을 통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두 차례 배터리 가격을 인상했다며 업스트림 가격이 크게 상승해 배터리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 리튬 가격 안정화 총력전...업계 불러 '합리적 가격' 주문
21일 중국 현지 매체 펑파이신문 등에 따르면 중국 공업신식화부(공신부)는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가격사(司·국), 시장감독관리총국 가격감독·반불공정경쟁국과 함께 지난 16~17일 이틀간 전기차 배터리 소재 가격 인상 문제 등과 관련한 좌담회를 개최해 리튬 가격 안정화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좌담회에는 중국비철금속산업협회(CNMIA),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를 비롯한 업계 단체와 리튬 공급업체, 양극재 업체, 전기차용 배터리 업체 등도 참석했다.이들 부처는 좌담회에서 업스트림·다운스트림 기업의 생산·증설·판매 현황 등을 확인하며 현재 자원 개발과 공급 확대 방면의 병목현상 등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또 최근 리튬 가격이 크게 인상된 문제뿐만 아니라 리튬화합물 가격 메커니즘 구축, 생산 소비 상황, 동력 배터리산업 피해, 시장 공급 안정과 보장에 대한 정책 실행 등과 관련해서도 충분한 교류를 했다고 했다.
공신부는 이날 회의에서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 기업이 공급과 수요의 연결을 강화하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들 기업이 리튬화합물 가격을 이성적인 구간으로 되돌리고 시장 공급을 보장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해 중국 신흥 전략적 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더욱 효과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중국 당국이 리튬 가격 안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양회에서도 리튬 공급 보장 관련 목소리가 나왔다.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닝더스다이(寧德時代·이하 CATL)의 쩡위췬 회장은 양회에 리튬 확보 지원 정책을 요청하며 '국내 리튬 자원 공급 보장과 가격 안정화를 위한 법안' 등 배터리 관련 4개 법안을 제출했다. 그는 리튬 탐색과 개발, 효율성 제고 연구, 자원 재활용 등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장웨이핑 톈치리튬 회장도 양회에서 쓰촨성 리튬 광석 자원 개발·활용 속도를 높이고, 국내외 우수 광산의 성공적인 개발·운영 경험을 통해 광산의 친환경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국 정부가 리튬 가격 안정화를 선언하자 리튬 가격 상승세는 곧바로 꺾였다. 중국 원자재 시장조사업체 성이서(生意社)에 따르면 22일 공업용 탄산리튬 가격은 t당 48만 위안, 배터리용 탄산리튬 가격은 t당 49만5000위안을 기록했다. 불과 닷새 전만 해도 배터리용 탄산리튬 가격은 t당 51만8000위안이었다.
◆"리튬 가격, 2분기 전환점 맞을 듯"
중국에선 리튬 가격이 이미 고점을 찍었으며 하락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리튬 밸류체인 다운스트림 업계의 재고량이 충분하고 고비용 리튬 구매 의욕이 낮은 데다 리튬 생산 업계의 생산능력 증대 등으로 인해 리튬 가격이 2분기를 기점으로 전환점을 맞을 것이란 얘기다. 취인페이 상하이강롄 신에너지사업부 탄산리튬 분야 전문가는 21일 증권일보에 "앞서 생산라인을 점검했던 기업들이 이제 생산을 재개하면서 공급량이 소폭 늘어났다"며 3월 공급량이 전월보다 14.21%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운스트림 업체들은 대부분 계획에 따라 생산하고, 높은 가격에 제품을 구매하려는 의욕이 저하된 만큼 수요가 다소 주춤하면서 2분기 탄산리튬 가격이 안정을 되찾거나 하락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장샹 북방공업대학 자동차산업혁신연구센터 연구원 역시 신에너지차 시장이 고속 성장함에 따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데다 코로나19 재확산세로 탄산리튬 생산·운송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면서도 "하지만 중국이 풍부한 리튬광산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이 공급량을 늘리면서 탄산리튬 가격이 점차 안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적어도 올해 리튬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리튬 생산업체들이 생산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18일 중국 4대 배터리 업체 궈쉬안가오커(國軒高科)는 올해 1분기 생산량을 확대해 올해 전체 생산량이 약 1만t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고, 용싱차이랴오(永兴材料)도 배터리용 탄산리튬 연간 생산능력 2만t 규모의 생산라인이 설비 테스트 단계에 돌입했다며 이달 말에 1만t 상당의 탄산리튬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주위안즈 북방공업대학 기계재료공학부 교수는 최근 중국 당국의 가격 안정화와 공급 증가 등 요인으로 탄산리튬 가격이 점차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하지만 장기적으로 리튬 광석은 재생 불가능한 자원이며 탄산리튬 가격은 여전히 수급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짚었다. 이에 따라 공급을 늘려 시장 가격을 조정하는 동시에 대체 가능한 배터리 소재의 새로운 공급원을 찾고 기존 소재를 잘 재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