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시대 개막] 중국의 불안한 시선, '사드' 우려 속 관망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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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2-03-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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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당선 뒤 표면적 유화 메시지

  • 새 정부 대중 기조 탐색기 전망

  • 사드 추가 배치 여부 최대 변수

  • "미·중 균형외교 지속해야" 조언

[사진=CCTV 갈무리]

"윤석열 당선인의 중국 관련 공약은 표를 얻기 위한 것이다. 이후 한·중 관계에 극적인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낮다."

대선 이후 기자가 접촉한 중국 정치학자 대부분의 견해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한국 내 인식은 중국에서도 공감을 얻는다. 

이미 정치·경제적으로 강하게 얽힌 한·중 관계가 정권 교체로 인해 뒤흔들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기대 섞인 전망이 우세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인 지난 10일 축전을 통해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으로 양국 관계에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며 "수교 때 초심을 잃지 말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해 나가자"고 말했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 역시 윤 당선인과 만난 자리에서 "좋게 노력할 마음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새 정부를 향한 중국 측 메시지는 원론적이면서도 유화적"이라고 평가하며 "윤석열 정부의 대중 기조가 확인되기 전까지 관망세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시 주석이 '초심'을 강조한 건 향후 한·중 관계는 한국 측 태도에 달려 있다는 함의"라고 분석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대 교수는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사와 인터뷰하면서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대선 과정에서 유권자 지향적인 공약을 발표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 관련 공약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뤼 교수는 "한·중 관계는 전반적으로 안정돼 있으며 정치 동향에 따른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1년 정도는 탐색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탐색기를 거쳐 교류·협력을 강화할지 혹은 충돌 국면으로 들어설지 여부를 가를 키워드 몇 개를 제시하는데 그중 핵심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다.

사드 추가 배치를 공약으로 제시한 윤 당선인이 실제 행동에 나선다면 양국 관계가 급속히 얼어붙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정지융(鄭繼永) 푸단대 교수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한·중 관계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사드를 비롯한 안보 측면의 불신"이라고 지적했다.

싱 대사도 국내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사드는 양국 수교 이후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며 "한·중 양국이 이 문제를 적절히 처리해 어렵게 이룬 우호적 국면이 손상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규정한 사드 문제에 손을 대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로 읽힌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윤석열 정부가 중국의 안보 이익을 객관적으로 해칠 수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며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3불(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내 관심은 크지 않지만 중국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대만 문제와 관련해 태도 변화를 보일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을 계기로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 신경전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친미로 급격히 선회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결국 윤석열 정부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떤 균형 외교를 펼칠지가 향후 한·중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한국 내 반중 정서가 높듯이 심리적으로는 중국과 멀어지더라도 실제 행동은 균형 있게 해야 한다"며 "한국이 통제 가능하고 절제된 친미 정책을 추진한다면 중국도 대놓고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미·중 갈등이 고조될수록 중국으로서는 한국의 중요성을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외교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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