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뒤쳐질라…전세대출 빗장 푸는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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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2-03-2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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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상품 관련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신한·하나·농협은행·카카오뱅크가 전세자금대출 한도 제한 등의 규제를 앞다퉈 완화했다. 지난해 말부터 가계대출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연초부터 대출 영업에 차질이 빚어지자 경쟁적으로 규제 완화에 나선 것이다. 아직 합류하지 않은 타행들도 지난해 하반기 은행권 자율규제로 도입한 전세대출 규제를 속속 정상화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30일부터 전세계약 갱신시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임차보증금의 80% 이내로 늘린다. 계약 갱신 때 전세보증금이 4억원에서 6억원으로 2억원 오른 경우 기존 전세대출이 없는 차주는 현재 최대 2억원만 빌릴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보증금의 80%인 4억8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에는 △증액금액 △임차보증금 80%에서 기취급대출금을 뺀 금액 중 적은 금액 이내로만 받을 수 있었다.

국민은행은 전세대출 신청 기간도 '잔금일 기준 7영업일 이전'에서 '입주일과 전입일 중 빠른 날로부터 3개월 이내'로 다시 확대하기로 했다. 잔금일 이후에도 신청할 수 있게 바꾸는 것이다. 신청을 제한했던 1주택자의 비대면 전세자금 대출도 다시 받을 수 있게 했다. 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도 25일부터 전세자금대출 문턱을 낮춘다. 

국내 17개 은행은 금융당국 압박에 지난해 10월 은행연합회와 전세대출 자율규제안을 마련해 시행해 왔다. 폭증하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기 위해 전세대출이 다른 용도로 전용되지 않도록 실수요자에게만 깐깐하게 대출을 내주자는 취지에서다. 우리은행이 전세대출 규제를 풀며 치고 나가자 일부 은행들은 자율규제 도입 당시 논의를 주도했던 은행연합회에 대출규제를 풀어도 되는지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에 동참했던 은행들이 다시 대출 영업에 활발하게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올 들어 주택 시장이 정체되고 금리가 올라 가계대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은행 가계 대출은 지난해 11월 약 1061조원에 도달한 뒤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석 달 연속 매월 수천억원 감소했다. 가계 대출 3개월 연속 감소는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4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출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공약한 것도 은행 창구에 활기를 돌게 하는 요소다. 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는 사실상 없던 말이 된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올해 가계대출이 은행별로 지난해 대비 4~5%만 증가하도록 관리하는 게 총량 관리의 핵심인데 대출 수요가 5% 상한선에 한참 못미치고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은행권 관계자는 "총량관리에 따라 4~5% 수준으로 가계대출 성장 목표치를 잡았는데 5%를 채울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볼 정도로 가계대출 수요가 한창 못미친다"면서 "3~4월 봄철 이사 수요를 겨냥해 영업 활동을 늘리면서 임대차3법 계약갱신청구권이 올 7월 말 종료될 상황을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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