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식당서 대화 녹취, 주거침입 아냐"..'초원복집' 판례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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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원 기자
입력 2022-03-2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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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원합의체, "출입 목적 몰랐어도 사실상 평온상태 침해 아냐"

대법원 전원합의체. [사진=대법원]


주인 몰래 식당에 상대방과 대화하는 내용을 녹음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하러 들어가도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로써 1992년 14대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이른바 '초원복집 사건' 주거침입 대법원 판례는 25년 만에 변경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은 24일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일반인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에 영업주 승낙을 받아 통상적 출입 방법으로 들어갔을 때 영업주가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더라도 사실상 평온 상태가 침해됐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이더라도 도청용 송신기를 설치할 목적으로 출입한 것은 영업주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한다고 보아 주거침입죄 성립을 인정한 종래 대법원 판결을 변경한다”고 덧붙였다.
 
화물운송업체 부사장 A씨와 팀장 B씨는 2015년 자신들이 소속된 회사에 불리한 기사를 쓴 기자에게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한 뒤 식당 안에 몰래 녹음·녹화 장치를 설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쟁점은 영업주 승낙을 받아 음식점에 들어갔더라도 영업주가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였다.
 
1심은 A씨 등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회사에 대한 민원과 관련해 기자들이 찾아오자 먼저 식사를 하자고 유인해 미리 설치한 몰래카메라로 이를 촬영·녹음하고, 단기간에 반복해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영업주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해 식당에 침입했다고 단정할 수 없어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대법원 판결로 14대 대통령선거 직전 정부 기관장들이 지역감정을 부추겨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 사실이 도청으로 드러난 초원복집 사건 판결도 변경됐다. 초원복집 사건은 1992년 14대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와 김대중 민주당 후보 간에 접전이 이어지던 무렵에 벌어진 일이다.
 
당시 김기춘 전 법무장관은 부산 남구 대연동 ‘초원복국’에 부산시장, 부산경찰청장, 국가안전기획부 부산지부장, 부산교육감, 부산지검장 등을 불러 김영삼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지역감정을 야기하고 정주영 통일국민당 후보 등 야당 후보들을 비방하는 내용을 유포하자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 식당에서 나온 발언들은 통일국민당 관계자들의 도청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도청에 관여한 3명을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했다.
 
대법원은 1997년 재판에 넘겨진 3명에 대해 벌금형을 확정했다. 당시 대법원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이라 하더라도 영업주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해 들어간 것이라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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