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돈 빌리고 주식 담보 제공...편취 의도 없어, 사기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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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영 기자
입력 2022-03-2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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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심 배임ㆍ사기 무죄, 2심 사기 혐의만 유죄...대법 "파기환송"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

주식을 담보로 돈 5000만원을 빌리고 해당 주식을 다른 이에게 넘겼다고 해도 돈을 갚을 의사가 없었던 게 아니라고 판단돼 사기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2월 자신의 회사 주식 1만2500주를 담보로 해 피해자 B씨에게 5000만원을 빌리는 금전소비대차·주식양도담보계약을 체결했다. 상환기일까지 돈을 갚지 못하면 주식 소유권을 넘긴다는 내용이다. A씨는 약속과 달리 상환기일이 지나도 변제하지 않았고, 3개월 지나고 이 주식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까지 했다.

검찰은 A씨가 돈을 빌리더라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봤다. 이에 배임죄가 법정에서 인정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사기죄도 적용해 A씨를 재판에 넘겼다.

202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근거로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채무자가 채권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담보물을 처분했다고 해도 배임죄를 물을 수 없다는 내용이다.

사기죄도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주식 명의를 B씨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바꾼 점이 석연치 않지만, 돈을 빌리면서 충분히 담보를 제공한 A씨가 변제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는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2심은 사기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2심은 "피고인은 5000만원을 빌릴 당시 채무 초과 상태에 빠져 있었고, 사업도 어려워지는 등 차용금을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가 5000만원보다 가치가 큰 주식을 양도담보로 제공한 이상 그에게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사후적으로 제3자에게 주식을 이중 양도했다는 사정으로 '담보가 충분치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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