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판 금융실명제'로 불리는 트래블룰이 국내에서 전면 시행되면서 가상자산 거래소간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에선 '트래블룰'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벌어져 있는 거래소 간 점유율 격차 등 향후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트래블룰 시행 셋째날에도 여전히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국내 가상자산사업자(VASP) 자격을 획득한 거래소들로 해외나 개인 지갑에 돈을 보내려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트래블룰 전면 시행으로 거래소들이 미리 등록한 본인 소유 지갑에만 입출금을 허용하는 '화이트리스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데 따른 것이다.
트래블룰은 가상자산 입출금 시 사업자가 송신자와 수신자의 정보를 모두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게 핵심이다. 업비트에서 빗썸으로 비트코인을 전송한다고 가정할 경우 양사는 상호 연동된 솔루션을 사용해 보내는 이와 받는 이의 정보를 실시간 교환해야 한다.
빗썸·코인원·코빗이 공동개발한 트래블룰 시스템 '코드'(CODE)와 두나무 자회사 람다256의 '베리파이바스프'(VerifyVASP·VV)를 이용하는 거래소 간 입출금 정보를 공유하려면 두 시스템이 연동돼야 하는데 양측 개발사는 트래블룰 시행일 직전에야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서 내달 24일 연동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VV와 코드를 이용하는 거래소 간 100만원 이상 입출금은 연동 작업이 끝날 때까지 제한된다.
솔루션 연동을 통한 입출금이 가장 원활한 곳은 VV를 쓰는 업비트다. 업비트는 고팍스, 비블록, 에이프로빗, 캐셔레스트, 플랫타익스체인지 등 국내 거래소로 입출금을 지원한다. 해외 파트너사인 업비트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도 대상이다. 오케이엑스, FTX 등 대형 해외 거래소와도 입출금이 가능하다. 별도의 사전등록 절차 없이 은행 송금하듯 코인을 전송하면 된다. 메타마스크 등 탈중앙화 개인지갑은 화이트리스트 방식으로 지원한다.
2,3위권인 빗썸과 코인원은 격차가 더 벌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빗썸·코인원·코빗 3사의 코드 솔루션 연동은 다음 달 8일이나 돼서야 가능하다. 우선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비트프론트, 에프티엑스, 크라켄 등 해외 주요 거래소와 업비트, 코인원, 코빗, 한빗코 등 국내 거래소의 출금을 화이트리스트 방식으로 지원한다. 빗썸과 코인원의 경우 개인지갑 출금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트래블룰 시행으로 시장점유율 80%에 달하는 업비트의 독주체제가 굳어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 거래소에서는 업비트가 일부러 트래블룰 솔루션 연동을 차일피일 미뤘다는 해석까지 내놓으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코드는 기존해오던 방식을 모두 멈추고 트래블룰 간 연동에 포커스를 맞췄는데 업비트는 두 시스템의 연동을 앞당기기 위한 조치를 일체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업비트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반으로 자사의 이익을 강화할 수 있는 사업방식을 전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업비트 관계자는 "두나무 자회사 람다256은 1월부터 VV와 코드의 연동을 위해 적극적으로 논의해왔다"면서 "VV와 코드 연동이 지연된 이유는 코드 개발 자체 문제"라고 반박했다. 그는 "업비트는 두 솔루션 간 연동 지연으로 얻을 이익이 없으며 오히려 업비트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게 되기 때문에 연동에 소극적일 이유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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