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행 in] 봄 알리미 '매화', 서울에도 살포시 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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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문화팀 팀장
입력 2022-03-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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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곳곳에도 매화가 꽃망울을 틔우기 시작했다. 수줍은 듯 꽃잎을 펴는 자태가 사뭇 사랑스럽다.

매화는 조선 시대부터 사군자라 불리며 사랑을 받았다. 매화는 벚꽃보다 일찍 개화하고 절정 시기도 더 빠르다. 보통 개화 시기는 남부지방 1~3월, 중부지방은 3~4월 즈음이다.

올해 서울에는 3월 중순부터 매화가 피기 시작했다. 

서울관광재단(대표이사 길기연)은 남쪽까지 멀리 떠나지 않아도 서울에서 매화를 즐길 수 있는 곳들을 추천했다.

봄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요즘. 매화를 구경하러 나들이를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봉은사 홍매화 꽃봉오리[사진=서울관광재단 ]


​◆빌딩숲 속 천년 고찰 '봉은사'에 퍼지는 홍매화의 향기

삼성동 빌딩숲 속에 자리한 봉은사는 매화 명소다. 신라 시대 때 창건돼 조선 시대 선릉을 지키는 ‘능침사찰’ 이 될 정도로 그 역사가 깊다. 

일반 시민에게도 산책코스로 사랑받는 사찰이다.​ 추사 김정희가 생전 자주 찾던 곳이기도 하다. 

3월이면 봉은사에 홍매화가 꽃망울을 움틔운다. 봉은사의 진여문, 보우당 등 사찰 곳곳에서 홍매화를 만날 수 있다. 꽃잎이 짙은 홍매화와 매화 가지들이 도심 속 사찰 건물들과 어울려져 고요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봉은사 영각 부근에서 만나는 매화나무 주변에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영각 옆에 만개한 홍매화가 봉은사의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는 덕이다. 

영각 근처에 가장 오래된 전각인 판전이 자리를 잡고 있다. 정면 처마에 걸려 있는 현판에서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만날 수 있다. 특히 판전 현판은 추사 김정희의 생전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창덕궁에 핀 홍매화[사진=서울관광재단 ]

◆매화 향과 고궁의 운치 만끽···창덕궁 낙선재

대중교통으로 쉽게 떠날 수 있고 궁궐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매화 명소를 고민한다면 창덕궁으로 가자.

창덕궁은 서울의 다섯 개 궁궐 중에 유일하게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자연의 지형을 훼손하지 않고 조화롭게 배치해 우리만의 건축미를 살렸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창덕궁에서 매화가 유명한 곳은 낙선재다. 낙선재는 조선 왕실과 그 인연이 깊다. 헌종은 낙선재를 건립해  규장각을 건립한 정조의 뜻을 이어받고자 했고, 실제로 낙선재 영역인 승화루에 많은 서책을 보관했다.

낙선재 동쪽에는 석복헌이 자리하고 있다. 헌종은 계비로 맞이한 효정왕후가 후사가 없자 후궁 경빈 김 씨를 맞맞았고, 이듬해에 그녀가 거처할 공간으로 석복헌을 지었다고 한다.

바로 옆에는 수강재를 함께 중수해 대왕대비의 처소로 삼았다. 후궁인 경빈 김 씨의 위상을 높이고 그 후사의 권위와 정통성을 높이려 했던 헌종의 의지였다.

낙선재는 조선 왕실과 마지막까지 함께 했다. 일제에 국권을 빼앗긴 이후 순종이 주로 거주했으며, 순정효황후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석복헌에서 생활했다.

그외에 영친왕 이은이 낙선재에서 생을 마감했으며, 조선의 마지막 황실 가족인 덕혜옹주도 귀국 후 이곳에 머물다가 돌아갔다. 

낙선재 앞뜰에는 백매화와 청매화를 모두 만날 수 있다. 둘 다 모두 꽃잎은 흰색이다. 백매화의 꽃받침은 붉은색이며 청매화의 꽃받침은 초록색이다. 낙선재 바로 위쪽인 성정각 자시문 앞에서는 붉은 꽃잎을 자랑하는 홍매화가 자리하고 있다. 
 

하동매화거리 홍매화[사진=서울관광재단 ]

​◆하동군에서 온 매화 군락···청계천 하동 매화 거리

지하철 2호선 용답역과 신답역 사이에 있는 청계천 하동 매화 거리도 이맘때 찾을 만하다. 매화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이곳은 지난 2006년 하동군이 기증한 매실나무를 심어 조성한 매화 군락지다.

제2마장교 아래 둔치 길로 내려가면 매화길이 시작된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햇살이 비치는 꽃잎을 볼 수 있다.

뒤늦게 매화 거리를 찾아갔을 때 설사 매화가 이미 다 떨어졌더라도 괜찮다. 매화 옆으로는 담양에서 기증한 대나무숲이 이어지는 덕이다.

대나무의 푸른 잎이 바람에 부딪히며 흔들릴 때마다 내는 소리는 듣기만 해도 청량감이 절로 느껴진다.
 

불광동 북한산생태공원에 핀 홍매화[사진=서울관광재단]

◆불광동 북한산생태공원에 피어난 홍매화 

불광동에서 구기터널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공원 '북한산생태공원'은 봄이면 매화와 벚꽃을 모두 만날 수 있어 숨은 봄나들이 명소로 손꼽힌다.

공원이 북한산 둘레길로 가는 길목에 있어 공원을 둘러본 뒤 북한산 둘레길을 함께 걷기 좋다. 공원 내부에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고 운동 기구와 벤치들도 설치돼 있다.

북한산생태공원에는 홍매화가 많다. 공원을 걸으며 숨어 있는 꽃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북한산생태공원만 돌아보기 아쉽다면 인근 불광천을 천천히 걸어보자.

불광천은 90년대만 하더라도 일대의 쓰레기장으로 활용돼 지역민들에게 사랑받지 못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와 하천을 재정비하고 자연 하천 형태로 복원했다.

개울 따라 자전거도로와 산책길이 조성되면서 지역 주민들의 휴식처로 거듭났다. 봄이면 천변을 따라 늘어선 벚꽃, 개나리 등이 화사함을 뽐낸다. 

4월에는 불광천에서 벚꽃 축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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