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의 부정적 폐해가 반복적으로 누적된 오랜 역사를 가진 한국에서는 ‘기업정치활동’이 다소 생소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한국에서 기업정치활동에 관한 관심과 연구는 정경유착에서 비롯된 부패 스캔들이 터져나와 이슈의 현저성이 두드러질 때 한하여 일시적으로, 그리고 매우 제한적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다. 저자의 연구가 아무리 학술적인 작업이라 하더라도 기업 활동에 정치활동까지를 포함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기업의 부정적인 시각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민주정치 과정에서 기업 등 이익집단의 활동은 예외적으로만 진행되는 이벤트나 스캔들이 아니다.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기업정치활동은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민주정치 과정의 본질적 한 부분이다.
서구 대부분의 국가들에서와 같이 기업 등 이익집단의 정치활동은 한국에서도 상시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부패 스캔들 사건으로 표출되는 로비가 아니고,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투입 부문의 상시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업정치활동 연구가 한국에서는 큰 연구 공백으로 남아 있다. 정부의 정책 현안에 대해 기업이나 업계 단체가 실제 어떠한 방식으로 결정 과정에서 참여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지에 대한 경험적 연구는 거의 없는 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에서의 기업정치활동 현황을 경험적 자료 수집을 토대로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한국 기업들의 대관 활동이 경쟁우위 확보보다는 기업의 입장과 형편을 공직자들에게 알리려는 정보전략적 동기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정부 공직자 역시 기업들의 대관활동 통로를 통해 정책결정의 현장성과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는 데만 3년이 걸렸지만 30여 년 동안 관련 자료를 축적하고 연구를 수행했다. 그러므로 이 책은 30여 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에 걸친 연구의 산물이다. 저자는 기업 로비가 지금처럼 커튼 뒤의 은밀한 거래로 진행되도록 방치해 두어서는 안 되며, 누가 누구를 상대로 무엇에 대해 로비하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로비활동 공개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논설고문·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겸직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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