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낭기의 관점]윤 당선인, 세 가지 조건 지켜야 검찰 정상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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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낭기 논설고문
입력 2022-03-2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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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등장과 함께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른 것 중 하나가 검찰 문제다. 윤 당선인이 검찰을 어떤 방향과 방식으로 이끌고 나갈지 하는 문제다. 지금 검찰은 유례없는 내부 분열과 갈등에 빠져 있다. 친정권 검사와 반정권 검사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그만큼 정치화돼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윤 당선인 앞에는 이런 비정상 검찰을 정상화하되 정상화가 사유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그 과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윤 당선인 공약을 반드시 지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과거 사정 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政敵)이나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며 폐지를 약속했다. 민정수석실은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같은 사정 기관을 관할한다. 역대 정권은  민정수석실의 사정 기관 관할권을 사용해 이들 기관을 통제하고 장악했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검찰 통제와 장악이었다. 검찰 통제와 장악은 청와대 권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중 하나였다


'검찰 장악' 수단 민정수석실 폐지 공약 지키고


이 때문에 과거 정권에서 야당들은 청와대가 검찰을 좌지우지하지 못하게 하려면 민정수석실을 손봐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검사의 민정수석실 파견 문제다. 민정수석실에 파견된  검사가  중요 사건 수사와 관련한 청와대 뜻을 검찰에 전하며 검찰을 통제하고 장악하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마침내 김대중 정부 출범을 한 달 앞둔 1998년 1월 13일  ‘현직’ 검사의 대통령 비서실 파견을 금지하는 규정을 검찰청법에 도입했다. 


그러나 이 규정은 곧 유명무실해졌다. 검사를 대통령 비서실에 파견할 때는 잠시 검사 사직서를 내게 해 ‘전직’ 검사 신분으로 만들었다. 그러다가 파견 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검사에 복직해 검찰로 돌아가게 했다. 이런 편법이 공공연히 벌어졌다.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끊이지 않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직후인 2017년 3월 14일에는 더 강력한 규정이 마련됐다. 검사 퇴직 후 1년이 지나지 않으면 대통령 비서실에 파견될 수 없게 했다. 또한 대통령 비서실에 근무했다가  퇴직 후 2년이 지나지 않으면 검사로 임용될 수 없게 했다. 이에 따라 잠시 검사 사직서를 내고 청와대에 오게 했다가 파견 근무를 마치고 바로 검찰로 돌아가게 하는 편법이 불가능해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 현직 검사의 민정수석실 파견 관행은 사실상 사라졌다. 민변 출신 변호사나  판사들이 민정수석실 산하 비서관에 임용됐다. 그러나 이들에 의한 검찰 통제는 여전했다. 민정수석실이 존재하는 한 그 폐해를 원천적으로  막기는 어려운 게 현실임을 보여줬다.  


윤 당선인의 민정수석실 폐지 공약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장악 논란을 피하려면 민정수석실을 아예 없애는 게 최선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동안 검찰을 통제하고 장악해온 민정수석실의 폐지는 청와대의 ‘검찰 장악 포기’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을 더 이상 정권의 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그런 점에서 민정수석실 폐지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 검찰을 정상화하는 중대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공약의 실행이다. 특히 공약에 담긴 기본 취지를 허물어뜨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면서 다른 방법으로 검찰을 통제하고 장악하는 수단을 둔다면 공약의 기본 취지는 무너져내리고 만다. 윤 당선인 주변에서 검찰 장악 포기는 정권의 칼을 잃는 것이라며 민정수석실 폐지를 무산시키려 할 수도 있다. 윤 당선인은 그런 시도와 유혹을 물리치고 공약을 행동에 옮겨야 한다. 그게 검찰을 정상화하고 사유화를 막는 길이다. 


법무부 장관은 비정치인 출신으로
 

둘째는 법무부 장관을 집권당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아닌 비정치인 중에서 임명하는 것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법무부 장관 32명 중 국회의원을 겸직한 장관은 다섯 명뿐이다. 김영삼 정부의  박희태, 김대중 정부의 박상천, 노무현 정부의 천정배, 문재인 정부의 추미애·박범계 장관이다. 문재인 정권에서 두 명이나 나왔다.


이 가운데 박희태 장관은 장관 임명 일주일 만에 가정 문제로 사임해 장관직을 수행할 기회가 없었다. 박상천 장관은 정치인이지만 법률가 정신에 투철했다. 김대중 대통령에게도 직언을 서슴지 않는 강직한 성품이었다. 그래서 법무부 장관 재직 중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지 않았다. 


반면에 문재인 정권의 추미애·박범계 장관은 많은 정치적 논란을 일으켰다. 검사 인사 과정에서 검찰총장과 협의하게 돼 있는 법 절차를 무시했다. 검찰총장을 징계하고 쫓아내려 했다. 검찰총장에게 수사 지휘권을 수시로 행사해 검찰총장을 식물 총장으로 만들었다. 역대 정권에서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수사 지휘권 행사가 네 번 있었다. 그중 세 번을 추미애·박밤계 장관이 했다. 이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감찰권을 남용해 검찰총장을 옥죄려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나는 장관으로 일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국회의원”이라며 “더불어민주당 당론으로 의견이 모이면 당연히 따를 것”이라고 한 적이 있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정치적 중립성보다 민주당 당론을 더 우선할 것이라는 말이다. 추 장관이나 박 장관은 실제로 ‘민주당 당원’처럼 행동했다. 이런 게 바로 정치인 출신 법무부 장관의 폐해다. 


법무부를 영어로 ‘Minister of Justice’라고 한다. ‘정의부(正義部)’라는 말이다. 법무부가 ‘정의부’로서 역할을 다하려면 무엇보다도 법무부 장관부터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집권당 소속 국회의원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대놓고 무시하겠다는 선언이나 같다. 윤 당선인이 임기 5년 동안 법무부 장관을 비정치인에다 정파성이 약한 사람 중에서 임명하기만 해도 검찰을 정권 수족 부리듯 하는 일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역시 검찰을 정상화하는 길, 사유화하지 않는 길이다.    


윤 당선인은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수사 지휘권 폐지를 공약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은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통제하기 위한 장치다. 따라서 수사 지휘권은 누가 봐도 부당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사용돼야 한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권에서는 정권이 검찰을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사 지휘권을 악용했다. 수사 지휘권 폐지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그러나 수사지휘권 폐지는 검찰청법을 개정해야 가능하다.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면 법 개정은 불가능하다. 당장 실현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윤 당선인이 법무부 장관을 비정치인 출신으로 임명하겠다고 약속하고 실천에 옮기는 게 검칠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당장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윤석열 사단' 말 나오지 않게 해야
 

셋째는 검찰 인사 문제다. 아마도 이게 검찰을 정상화하되 사유화하지 않는 데 가장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검찰에 ‘윤석열 사단’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는 게 핵심이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언론 인터뷰에서 측근으로 알려진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이 정권의 피해를 보고 거의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라며 “그가 서울중앙지검장이 되면 안 된다는 얘기는 일제 독립운동가가 정부 중요 직책을 가면 일본이 싫어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논리랑 똑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측근이라는 검사들에 대해 “내가 중용하겠다는 얘기가 아니라 검찰 인사가 정상화되면 굉장히 유능하고 워낙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시스템에 따라 각자 다 중요한 자리에 갈 거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정상적인 검찰 인사가 이뤄진다면 능력 있는 검사들이라 당연히 중용될 것이라는 말이다. 윤 당선인 발언이 알려지면서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측근 검사들을 가리키는 ‘윤석열 사단’이 검찰 요직을 장악할 것이라는 말들이 많다. 


현 검찰 간부들 중에는 정권이 검찰 권력을 사유화하는 데 적극 가담한 사람들이 여럿 있다. 이들이 검찰 내 요직을 독차지하고 있다. 반면에 한동훈 검사장처럼 윤석열 검찰총장과 함께 정권에 맞섰다고 해서 몇 번이나 좌천당한 사람도 여럿이다. 검사로서 능력이 떨어지고  권력에 빌붙어 출세한 검사들은 그들이 가야 마땅한 자리로, 능력 있고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서다 좌천당한 검사들은 그들이 가야 마땅한 자리로 가는 게 맞는다. 부당하게 인사 불이익을 받은 검사들에게는 능력에 맞는 자리를 줘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 이게 공정이고 상식이다.


그러나 명예회복에 그쳐야 한다. 그러지 않고 윤석열 사단으로 꼽히는 검사들을 핵심 수사 지휘 라인에 집중 배치하면 검찰이 다시 정치화 논란에 빠질 수 있다. 대검 반부패부장과 공공수사부장, 서울중앙지검장과 그 아래에서 부패 수사를 지휘하는 4차장 검사 및 부패 수사를 담당하는 부장검사 등이 그런 자리다. 이런 자리에는 윤석열 사단으로 꼽히지 않는 검사 중 수사 능력이 뛰어난 검사들을 배치하면 된다. 


핵심 수사 라인을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독점하면 이들이 아무리 공정하게 수사한다고 해도 공정성에 의심을 받게 된다. 전 정권 사람들에게는 정치 보복을 하는 것으로, 윤석열 정부 실세들의 비리에는 눈을 감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죽은 권력에는 가혹하고 살아 있는 권력에는 몸을 사리는 검찰이라는 비판이 다시 나올 수 있다. ‘윤석열 사단이 수사 지휘 라인 독점’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검찰은 살아날 수 없다


검찰 정상화야말로 국민들이 윤 당선인에게 거는 큰 기대 중 하나다. 윤 당선인은 이 기대를 실현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박수를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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