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석유·석탄값 고공행진에도 연료비 조정단가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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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기자
입력 2022-03-2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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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선인 눈치보나...내달 정해진 인상분만 올려

  • 한전 지난해에만 6조 영업손실... 경영난 심화될 듯

 

서울 시내 한 다세대 주택에 설치된 전력계량기들이 돌아가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부가 전기를 만드는 석유·석탄 가격 고공 행진에도 2분기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를 동결했다. '전기요금 동결'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이미 정해진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 인상 등만 이뤄지면서 한국전력 경영난은 한층 심화할 전망이다.

한국전력은 2분기(4~6월)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를 '0원/㎾h(킬로와트시)'으로 확정했다고 29일 발표했다. 1분기에 이은 6개월 연속 동결이다.

애초 한전이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산정한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h당 33.8원이다. 여기에 조정 상한을 적용해 3.0원만 인상하는 안을 지난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산업부는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산업부는 국제 연료 비용 상승에 따라 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물가 부담 등을 이유로 '적용 유보' 의견을 한전에 통보했다. 한전 측은 "정부에서 코로나19 장기화와 높은 물가상승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생활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며 유보 의견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정부가 물가 부담을 동결 이유로 내세웠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약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5월 취임하는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4월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번 결정으로 한전 경영난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한전은 고유가 속 전기요금 동결 여파로 지난해에만 6조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달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최근 국제유가는 연초 대비 40% 이상 뛰었다. 치솟는 원·달러 환율도 고스란히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1년에 한 번 조정하는 기준연료비와 분기마다 정하는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해 적용할 기준연료비는 이미 지난해 말에 정해졌다. 현재 인상이 가능한 것은 연료비 조정단가뿐이다. 한전 관계자는 "올해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급등하며 비용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토로하며 "3분기에 다시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9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간사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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