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퇴진을 언급한 가운데 이러한 갈등은 더욱 확대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6일 폴란드에서 "이 사람이 더이상 권력을 유지해서는 안 된다(This man cannot remain in power)"고 밝혔다. 외신들이 이러한 발언이 러시아의 정권 교체를 시사하는 것 아니냐고 보도하자 백악관은 이에 반박하는 보도를 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역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이나 침략을 할 권한을 부여받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미국은 다른 어떤 국가의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부정했다.
이러한 발언에 러시아 측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의 퇴진은) 바이든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며 "오로지 러시아 연방 국민들의 선택"이라고 반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이후 프랑스와 독일 등 주요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와 갈등을 지금 이상으로 키워서는 안 된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우선 휴전을 달성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인 상황에서 섣불리 상대를 자극하지 말자는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7일 "먼저 휴전을 달성하고, 이후 외교적 수단을 통해 러시아 군대를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우리는 말로든 행동으로든 긴장을 고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랑스와 독일을 제외한 다른 나토 회원국들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화 협상에 진지하게 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의 안제이 두다 대통령의 경우 러시아의 협상 조건이 수용 가능하며, 협상이 성공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고 언급했다. 이어 동유럽 국가의 한 외교관은 "러시아 군대의 완전 철수 없이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에 합의하라고 우크라이나를 떠미는 사람들은 푸틴 대통령을 섬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동유럽 국가들 외에 영국과 같은 유럽 국가들 역시 푸틴 대통령의 의도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미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고 밝혔다. 맥스 블레인 영국 총리 대변인 또한 "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루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푸틴 대통령은 그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푸틴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 협상 조건 외에도 나토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어느 정도까지 무기를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직접적으로 지원할 경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맞서 싸우는 것이 쉬워질 수 있지만, 푸틴 대통령의 분노를 사 전쟁이 끝없이 이어지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나토 국가들이 지원한 무기가 러시아의 손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그간 꾸준히 더 많은 무기가 필요하다고 촉구해 왔다. 영국과 동유럽 국가들 역시 우크라이나 군대가 러시아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무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는 탱크와 제트기 등 직접적인 무기를 보낼 경우 오히려 러시아의 반발을 사 전쟁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 정부의 사고방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마크롱 대통령이 무기 지원은 휴전을 더 어렵게 만들 뿐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며, 전쟁이 고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용한 조치였다고 호평했다.
한편, 나토는 지난 28일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 달 넘게 이어지자 "나토의 가까운 파트너 국가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공을 가능한 가장 강력한 말로 규탄한다"고 언급하며 러시아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늦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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