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전문가에 묻다 ⑩크로스보더] 삼일PwC 스티븐 정 파트너 "크로스보더 M&A, 제도는 물론 문화적 이해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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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호 기자
입력 2022-03-3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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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정 파트너 [사진=삼일PwC]

"국경을 넘어 협상이 이뤄지는 크로스보더(cross-border) 거래는 일반적인 인수합병(M&A)보다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국가마다 제도적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물론 해당 문화권에 대한 맥락 지식(Contextual Intelligence)이 필요하다."
 
최근 서울 용산구 삼일PwC 본사에서 만난 스티븐 정(Steven Jeong) 파트너는 크로스보더 M&A의 특성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스티븐 정 파트너는 PwC 미국, 캐나다, 일본을 거쳐 삼일PwC 크로스보더 팀을 총괄하고 있다. 해외투자와 M&A 분야에서는 오랜 경험을 갖고 있다. 삼성, 한화, SK 그룹 등 대기업 계열사의 해외 프로젝트 자문을 수행하였으며 이와 함께 최근에는 SK에코플랜트의 글로벌 전지·전자폐기물 재활용 전문업체 인수 자문, 미니스톱 매각, SD바이오센서의 브라질 진단기업 인수 등을 자문했다.
 
M&A 거래의 가장 큰 걸림돌은 불확실성이다. 해외 기업과 거래가 이뤄지는 크로스보더 M&A는 예측하지 못했던 변수가 나타나는 일이 더욱 흔하다. 협상 상대가 외국 기업인 만큼 상대적으로 정보 획득이나 평판 조회가 어렵고, 법률과 제도적 차이로 인해 딜이 깨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때로는 해당 국가와의 외교 관계가 M&A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일반적인 M&A보다 거래 비용은 큰 반면 성사 가능성은 낮을 수밖에 없다.
 
문화적 특성이 거래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빈번하다. 스티븐 정 파트너는 중동 문화권에서 자문을 수행했던 경험을 예로 들었다. 지난 2016년 SK가스가 자회사인 SK어드밴스드를 통해 쿠웨이트 국영 석유화학 기업의 투자를 받았던 사례다. 그는 "이슬람에서는 매일 기도(살라)를 꼭 해야 하기에 당시 쿠웨이트 측 관계자들이 협상 도중 일어나 기도를 하고 오기도 했다"며 "협상이 금식월(라마단)과 겹쳐 현지 관계자들이 금식 때문에 기운이 없어 협상 기간이 장기화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스티븐 정 파트너는 삼일PwC 크로스보더 팀이 이 점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자신했다. 현재 삼일PwC 크로스보더 M&A팀은 15명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팀 내부에서 원어민 수준으로 소화 가능한 언어만 영어·독일어·러시아어·스페인어·프랑스어·일어·중국어 등 7개 국어에 달한다. 사실상 세계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소통이 가능한 수준이다.
 
그는 "국내 어느 곳도 크로스보더 M&A에 특화된 팀을 이 정도 규모로 운영하고 있지 않다"며 "팀원 대부분이 세계 각지 문화권에서 자란 한국계 출신이며, 현지에서 투자은행(IB) 업무를 오랜 기간 수행한 경험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문에 필요한 업무적 능력은 물론 현지 관계자들과 능숙하게 소통할 수 있는 언어적, 문화적 배경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이를 기반으로 다수 거래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해외 PwC 멤버 펌에서도 업무 노하우를 묻는 경우도 잦다.
 
언어·문화적 배경에 대한 중시는 M&A 업무에 대한 관점과도 맞닿아 있다. 딜의 특성에 맞춰 고객과 협상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어야 성공적인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이 스티븐 정 파트너의 생각이다. 그는 "M&A 거래는 그 자체로 생명을 갖고 '자가발전'하는 경우가 많다"며 "개별 M&A 딜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저희 팀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스티븐 정 파트너와의 일문일답.
 
△로컬 딜과 크로스보더 딜 간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지 알고 싶다.

- Country Risk, Legal Risk, Political Risk, Regulatory Risk의 네 가지 위험요인이 있다. Country Risk는 거래 대상이 외국 회사라는 점에서 발생한다. 국내에서 이뤄지는 M&A는 기업의 조직과 인맥을 통해 대상 회사에 대한 조사나 평판 조회가 가능하다. 해외 M&A는 대상이 상장사가 아닌 이상 정보 수집이 제한된다. Legal Risk는 여러 국가의 법률이 동시에 적용되어 국내 거래보다 복잡하고,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다는 의미다. 거래 도중 분쟁이 발생하면 해결절차와 집행 불확실성이 크다. 부동산, 노무 규제도 한국기업이 예상하기 어려운 특이한 규정이 존재할 수 있다.
 
Political Risk는 정치적 상황 변화에 영향을 받는 상황을 말한다. 각국의 외국인투자 규제는 기본적으로 규제기관에 재량을 부여하고 있다. 정치적 상황이 바뀌면 거래 하나하나가 영향을 받게 된다. 국내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무역 보복, 최근 강화된 미국의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 승인 절차 등이 그런 사례다. Regulatory Risk는 기업결합신고 등 각종 인허가 위험을 말한다. 이에 더해 문화적 차이도 있다. 언어, 관리 방식 차이로 인해 검토 기간이 상대적으로 더 소요되고, 실사 범위도 광범위해 비용 부담이 크다.

△크로스보더 딜은 의사결정자들의 문화권이 다를 수 있다. 자문과 실사, 밸류에이션 과정에서 국내 딜과 차이점이 있는가?
 
- 의사결정이나 일정 진행속도가 나라별로 상이한 편이다. 해당 문화권, 사회에 대한 맥락 지식(Contextual Intelligence) 부족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언제 밥 한번 먹자'고 하면 단순히 '식사하자'란 의미가 아니다.
 
국가별로 제도적 차이, 특징도 존재한다. 미국을 예로 들면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있다. 해당 거래가 미국 내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국가 안전과 관련된 우려는 없는지 검토하고 승인하는 위원회다. 그렇기 때문에 공항이나 방위, 통신 산업 등에 대해선 투자가 어렵다. 한국의 경우 CFIUS 승인을 받지 못한 적은 없는 걸로 안다. 다만 그만큼 절차에 시간이 걸리고, 거래 완료까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중국도 기업국가승인을 받아야 한다. 기업결합신고를 해야 하는데, 얼마나 걸릴지 애매하다. CFIUS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 짐작이 가능한데, 중국 승인절차는 2개월이 걸릴 때도 있고, 1년 이상 소요될 때도 있다. M&A 주체들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 예측 못한 상황이 상대적으로 많다. 반면 독일의 경우 정형화된 프로세스가 상당히 투명하게 진행된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거래의 큰 윤곽을 잡고 빠르게 진행되는 편이다.
 
△크로스보더 딜에서 글로벌 PwC만의 장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 해외 기업과 협상하고 검토하는 과정에서 현지 네트워크가 뛰어나다.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같은 브랜드에 속한 사무소가 있다. 물론 다른 하우스도 이는 마찬가지지만, IB업무, 특히 크로스보더 M&A에 특화된 팀이 이 정도 규모로 운영되진 않는다. 15명의 팀원들이 있고 현지인 수준으로 7개 국가의 언어를 구사한다. 저희 팀과 일하면 언어적 장벽이 사실상 없다. 영어, 독일어, 일어, 중국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프랑스어가 가능하고 대부분의 문화권 국가에서 업무가 가능하다. 대부분 해당 언어권에서 자란 한국계 팀원들이기 때문에 문화에도 익숙하고, 현지에서 IB 업무를 오랜 기간 수행한 경험도 갖고 있다. 크로스보더 M&A는 해당 국가의 문화적 부분도 이해할 수 있어야 업무가 가능하다.
 
△아시아태평양(Asia-Pacific) PwC 그룹 내에서 교류 등도 잦은 편인지.
 
- 있다. 국가별 CF(Corporate Finance) 본부 대표들이 매주 회의를 갖는다. 서로 딜 진행상황이나 새로운 M&A 기회, 매물 등을 공유한다. 어떤 거래들이 진행 중인지, 또 어떤 업종에서 기회가 있는지를 교류한다.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분기에 한 번은 대면으로 만나서 진행하기도 한다.
 
△PwC그룹 내에서 삼일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궁금하다.
 
- PwC 그룹 내에서도 로컬 시장 브랜드가 굉장히 강한 편에 속한다. 그룹에 속한 멤버 펌이 156곳인데, 국내에선 삼일이라는 브랜드의 가치가 PwC보다 높고, 전체 네트워크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PwC US' 혹은 'PwC 싱가포르'지만 국내에선 '삼일PwC'인 것도 그래서다. 시장 규모나 인구 등에 비해 PwC 글로벌 내에서 갖는 비중이 크다. 특히 M&A 관련 매출 비중을 보면 글로벌 넘버2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이 1위고 한국이 호주와 함께 2,3위를 다툰다. 해외에서 정보 공유를 요청하기도 한다. 딜을 찾는 노하우, 업무 디지털화 등을 주로 이야기한다.
 
△고객사에 자문을 제공할 때 특별한 마음가짐이 있는가. 문화권이 다른 고객사들일 것 같은데 어려움이 있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 어려운 질문이다. 똑같은 딜은 없다. M&A 거래는 그 자체로 생명을 갖고 자가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노하우, 마음가짐을 표현하면 오히려 교과서적 프레임에 갇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 개별 딜의 성격에 맞춰서 자문을 하고자 한다. 너무 프레임이 갇혀 있으면 그 바깥을 생각하지 못한다. 클라이언트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창의적 솔루션을 제시해야 우리의 가치도 올라간다. 만약 협상에서 제시된 상대 측 제안을 고객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면,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교과서적 프레임에 갇혀 있으면 대안 제시가 어렵다. 각각의 M&A 딜의 특성, 다양성을 파악하고 그것에 맞추는 것이 저희 팀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딜이 있는지.
 
- 워낙 여러 업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사실 떠올리기 어렵다. 하나 떠오르는 딜은 SK가스가 자회사인 SK어드밴스드를 통해 쿠웨이트 투자 유치를 받았던 거래다. 당시 쿠웨이트 쪽 자문을 맡았다. 이슬람에서는 매일 수차례 기도(살라)를 꼭 해야 한다. 당시 쿠웨이트 쪽 참석자들이 협상을 한참 진행하다가도 갑자기 일어나서 기도를 하고 왔다. 또 협상 기간이 라마단과 겹치다보니, 금식 때문에 기운이 없어서 협상 진행이 더뎌지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요인들이다. 조금 있으면 올해 라마단 시작 시기가 다가오는데 이때 딜이 겹치면 한 달 이상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물리적 한계 때문에 고객사와 자주 만나기는 어려울 텐데, 특별한 관계 유지 방법이 있나.
 
- 고객의 니즈(needs)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어디가 문제인지, 어떤 성장 전략을 갖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산업에 대한 이해도는 고객사 쪽에서 더욱 높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그 돌파구를 찾아내는 것은 전문가인 저희가 더 잘 알 수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만 알면 어떤 상황이든 뚫고 들어가서 해결책을 찾아오는 것이 목표고, 그러려면 고객의 니즈를 가장 먼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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