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약 4시간 만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주최한 협상을 종료했다. 당초 29일과 30일 이틀에 걸쳐 열릴 예정이었지만 4시간 만에 종료됐다. 그러나 협상에 대한 평가는 양측 모두 긍정적이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정상회담이 논의될 정도로 충분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으며, 러시아 측도 협상이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회담에서 가장 주목받은 사항은 러시아의 군사 활동 축소 약속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체르니히우 등 북부 전선에서 군사활동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은 "키이우와 체르니히우 지역에서 군사활동을 대폭 줄일 것"이며 "이러한 조치는 즉시 실행된다"고 밝혔다. 현재 친러시아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돈바스 지역이나 포위 공격 중인 마리우폴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실제로 약속을 지키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의 회담 후 이루어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발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지켜보겠다"며 "러시아가 행동에 나서기까지 어떤 것도 예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날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요 회원국 정상과 통화했다며 "러시아가 약속을 지키기 전까지는 강력한 제재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 정상들 역시 자신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국방부의 존 커비 대변인 역시 러시아 정부가 군사 활동을 축소하겠다고 약속한 점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러시아가 군사를 철수하는 대신 재배치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며 "우리 모두는 우크라이나의 다른 지역에 대한 주요 공세를 주시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커비 대변인은 군대 일부가 키이우에서 더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면서도, 키이우에 대한 러시아의 공습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번 발표가 키이우에 대한 위협이 없어졌다는 뜻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유럽의 한 고위 당국자 역시 파이낸셜타임스(FT)에 "현 시점에서는 러시아의 조치가 전쟁을 멈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보좌관은 "터키, 이스라엘, 폴란드, 캐나다 등을 안보 보장국으로 보고 있다"며 "중립국 지위를 채택하면 우크라이나 내 외국 군사기지를 유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비드 하라하미야 우크라이나 협상단장은 "나토 조약 5조처럼 안보 보장국이 법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체제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나토 조약 5조는 한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보고 다른 회원국이 자동 개입해 공동 방어한다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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