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자들, '공동부유' 피해 싱가포르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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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22-03-3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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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부호, 공동부유 등 규제 피해 싱가포르로 눈길

물 뿜는 싱가포르 상징물 '멀라이언' 동상[사진=AFP·연합뉴스]

중국 부자들이 싱가포르로 자산을 이전하는 움직임이 최근 한층 거세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중국 당국이 사교육 근절을 위한 단속의 칼을 빼 든 데 이어 함께 부자가 되는 공동부유 사회 건설을 강조하면서다.

29일(현지시간) CNBC는 중국 부자들이 싱가포르에서 패밀리오피스 설립을 통해 자산을 이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패밀리오피스란 초부유층이 자기 자산 관리를 위해 세우는 자산운용회사를 말한다. 

아이리스 쉬 싱가포르 회계·기업 서비스업체 젠가 창업자는 지난 1년간 싱가포르에서 패밀리오피스 설립 관련 문의가 2배 증가했다며 "고객 대부분은 중국인과 싱가포르로 이민한 중국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50여명 고객이 최근 싱가포르에서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했고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한 고객은 대부분 최소 1000만 달러(약 120억9900만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에서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하려면 최소 500만 달러의 자산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중국 고객들은 중국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중국에 돈을 두는 것이 안전한 지는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싱가포르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라이언 린은 베이프론트로우 이사는 "중국 부자들의 자산 이전은 지난 2019년 홍콩 범죄인 송환법 시위 이후 시작됐다"며 "특히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공동 부유를 강조하면서 이같은 움직임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중국과 홍콩의 정치적 갈등과 중국 당국의 규제에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싱가포르의 2조4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관리 산업이 정치적 안정성, 언어, 신속한 항공 연결 등의 이점을 갖고 있어 최대 수혜국으로 부상한 것이다. 

특히 싱가포르는 현대적이고 안정적인 금융시스템과 정치적 안정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강력한 사법시스템 아래 정치적 행위를 엄격히 규제하기 때문에 홍콩에서처럼 대규모 시위는 꿈도 꾸기 어렵다. 중국어와 영어가 통하고 비교적 접근성이 좋다는 것도 중화 자본에 매력적인 부분이다.

또 세금 부담도 적다. 싱가포르는 미국, 유럽과 달리 소득에 대한 과세 적용이 없다. 또 외국인 소득세율이 22%로 낮은 수준이다.

다만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악재로 싱가포르에서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하고자 하는 중국 부자들에게 불확실성을 가져다주고 있다고 CNBC가 짚었다. 싱가포르가 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해 러시아 개인과 기업의 은행 계좌를 동결하는 등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쉬 창업자는 "러시아인의 은행 계좌 동결로 일부 중국 고객은 싱가포르에서 패밀리오피스를 개설하는 계획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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