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준모 전 학예실장 "靑, 후대에 전해줄 가치 담은 문화유산으로 만들어야죠"

 

청와대 [사진=연합뉴스]

 

“가치가 담긴 문화유산으로 만들어 후대에 넘겨줘야 한다.”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31일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약인 청와대 개방과 관련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활용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그곳은 우리 것이 아닌 후손들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용산 시대를 천명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기존 청와대를 다양한 문화행사 공간으로 조성하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특히 청와대 안팎 주요 시설물을 온전하게 보존하면서 국민에게 완전히 개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국민이 즐겨 찾는 산책로가 될 수 있도록 둘레길·경내길 코스도 개발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에 청와대 경내 활용 방안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정 전 실장은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등을 그대로 보존하고 유지하면 자연스럽게 우리 역사를 보여줄 수 있다. 왕궁을 미술관과 박물관으로 만든 외국에 가보면 의자·침대를 보존하면서 그 옆에 그림을 전시해 놨다”며 “역사적인 장소인 청와대 부근에 국립민속박물관 서울관을 건립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부속 건물로 체육시설인 연무대는 K-팝 공연장으로, 연풍문과 여민관을 한국 문화의 창, 한국 문화상품을 판매하는 전문점 등으로 활용 가능하다고 전했다. 규모가 큰 지하 벙커는 항온·항습 시스템을 설치해 박물관과 미술관 수장고로 활용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더불어 청와대와 경복궁 주변이 바뀌면 서울 역시 새롭게 변할 것이라고 했다. 정 전 실장은 “서울이 수도로 정해진 1392년 이후 630여 년 만에 새로운 서울을 그려볼 기회”라며 “100년·1000년을 바라보는 장기적인 시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도심인 사대문 안도 재편할 수 있는 기회다. 경복궁과 청와대를 중심으로 청계천, 창덕궁, 종묘, 남산, 중구 필동 등을 연결하는 새로운 ‘문화관광 중심지’를 그려볼 수 있다”며 “오늘날 프랑스 파리를 있게 한 1853년 오스만의 도시계획처럼 세밀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 전 실장은 “청와대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는 것 자체가 거리를 좁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문화가 빈부·학력·지역·나이·성별 등 차이를 녹여내는 용광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