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ESG전도사로 변신한 강금실 "곧 지구의 한계 부닥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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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조상희 사회부장, 정리=장한지 기자
입력 2022-04-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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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첫' 형사 단독판사, 법무법인 대표, 법무부 장관

  •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정 후 논의·움직임 없어"

  • "현재를 사는 우리는 지구와 인류의 운명 책임질 세대"

[대담=조상희 사회부장, 정리=장한지 기자] "현재를 사는 우리는 지구와 인류의 운명을 책임질 세대입니다."

2003년 남성 위주의 단일화된 검찰 조직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에 처음으로 여성이 발탁됐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65·사법연수원 13기), 현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다.

여성 첫 형사 단독판사부터 여성 첫 법무법인 대표, 여성 첫 법무장관까지. 강 대표는 대한민국 여성들 앞에 놓인 여러 유리천장을 격파한 상징성 있는 인물이다. 여성계 숙원이었던 호주제 폐지도 그가 장관이었을 때 이뤄졌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강 대 강 알력 다툼과 거친 경쟁의 장인 정치계를 떠난 그는 이 시대가 근본적이고 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환경문제 해결'에 천착하기 시작했다. 기술의 발전과 민주화의 흐름 속에 배제됐던 지구와 자연에 주목한 것이다.

여성 정치인으로서 거침없이 여러 단단하고 높은 벽을 뚫었던 강 대표는 재단법인 '지구와사람'을 설립하고, 책 '지구를 위한 변론'을 펴내는 등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22일 아주경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강 대표는 "곧 지구 한계에 부닥쳐 많은 어려운 과정을 겪게 될 것이고, 우리는 지구와의 공존을 위한 대안 모색을 깊이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음은 강 대표변호사와의 일문일답.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이 지난 3월 22일 서울 역삼동 법무법인 원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여성 정치인'에서 '환경 운동가'로 변신했는데, 최근 가장 눈여겨본 환경 문제는 무엇인가.
"꿀벌이 사라지는 건 심각한 현상이라고 본다. 농작물의 약 70%는 꿀벌에 수분을 의존하고 있는데 꿀벌이 사라지면 작물의 20~30%밖에 안 남게 되는 거다. 해외 선진국들 연구소나 정책 만드는 기관에서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굉장히 크게 본다. 꿀벌 실종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한국 사회가 얼마나 주목하고 있는지, 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연구하고 대처할 것인지, 심각한 문제다."

-환경 문제에 천착해오고 있는 강 대표가 보기에 탄소중립, 녹색성장 등 환경(E)과 관련해 입법적으로 미비한 점이 있다면.
"EU가 탄소국경세 도입에 대한 합의를 이뤄가고 있고 탄소중립에 대한 국제적 흐름은 분명하다. 수출 중심의 국내 산업 구조상 발빠른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 국내 상황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정 후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고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나 움직임이 없어 우려스럽다.

또 환경 문제는 개인의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등 미시적인 차원의 움직임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조달과 생산 부문에서 경제시스템 자체를 친환경으로 바꾸는 거대한 전환이 중요하다. 시간이 걸리고 불편하고 비용이 발생하는 과정이지만 이제는 바꾸지 않으면 생존이 위협받는다. 이를 위한 전략과 그에 상응하는 입법이 필요한데 여전히 개인의 의식전환을 독려하는 수준에만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전 세계적으로 ESG 화두가 던져졌다. 대표로 있는 재단법인 '지구와사람'은 ESG와 관련해 어떤 활동을 펼치고 있나.
"1992년 유엔 리우회의에서 환경 문제가 광범위하게 다뤄졌다. 여기에서 지속가능성이 '미래세대의 욕구충족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현세대 욕구충족'이라는 유명한 정의가 수립됐다. 아울러 이 지속가능성은 '가난한 이들을 고려해야 하고, 지구환경의 한계를 수용해야 한다'는 두 가지 핵심적 지적이 있었다.

리우회의를 계기로 유엔과 국제사회 특히 투자기관들을 중심으로 ESG 경영에 대한 화두가 떠올라 이제 30년 만에 전 세계적으로 실현되기에 이른 것이다. 2000년에 진입하면서 리우회의 사무총장, 고르바초프 전 러시아 대통령 등이 주도해서 국제사회에 지구헌장 조직도 구성됐다.

지구와사람은 이 리우회의에서 논의된 '지구한계의 수용'을 전제로 한 패러다임 전환을 연구한다. 지구가 있어야 인간이 존재한다는 대원칙이다. 아마도 곧 지구한계에 부닥쳐 많은 어려운 과정을 겪게 될 것이고, 우리는 지구와의 공존을 위한 대안 모색을 깊이 검토해야 할 것이다."

-책 '지구를 위한 변론'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 책에서 강조한 것은 우리 시대의 기후와 생물 대멸종의 위기가 지질시대적이라는 점에서 전대미문의 것이라는 사실이다. 보통 기후위기를 산업화의 부작용 정도로 다루고 기술적·경영적 측면에서 접근할 뿐 문명 차원에서의 접근을 찾아보기 어렵다.

문명이 발생한 지질시대 홀로세(Holocene·1만1000년 전)는 기후가 안정된 시기이고, 여기에서 인류가 번성하고 기온이 홀로세를 벗어난 것은 이미 1980년대 후반부터이다. 그래서 과학자들도 이 시기를 인류세(Anthropocene)라 부르며, 그나마 좋은 인류세를 만들어보자고 한다.

이 시기의 가장 위험한 요소는 기후, 경제성장, 인구증가이다. 코로나도 인류세에 들어서서 지구온난화와 정비례해서 바이러스 전염병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인다. 그래서 우리가 지구의 진화사와 인류사를 전체로 개괄하면서 앞으로 나갈 길을 찾아보는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한데, 경험해본 적이 없는 일이라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의 지구와 인류의 운명을 책임질 세대로서 미래 세대(Future Generation)와 자연의 권리 추세를 소개한 것도 중점을 둔 부분이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2019년 말부터 올해까지 ESG 경영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그만큼 기후위기나 환경 문제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이는데, 변호사 시각에서 ESG 경영을 할 때에 있어서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대통령선거에 이은 지방선거 등 국내외로 불안정한 상황이지만, ESG 경영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발빠른 글로벌 기업들은 내부시스템 개선은 물론이고 기존 거래업체들과의 계약을 점검하면서 실사 및 모니터링을 수용하는 취지로 계약을 변경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ESG 평가가 본격화하면서 상장기업들은 지배구조보고서, 지속가능보고서 등 작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견·중소기업들도 ESG 관련 내부시스템을 점검하고 ESG 관련 인증을 취득하는 등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

급격한 변화에 빨리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절대 간과해선 안 되는 것이 '법적 리스크'다. ESG 경영 도입에 따른 리스크를 인식·분석하고 치밀하게 대비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외부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법무법인 원에서 ESG 센터를 설립했다.
"법무법인 원은 2020년 가을부터 ESG 센터 설립준비를 시작했고, 작년 4~5월 총 3차례 ESG포럼을 개최한 후 2021년 6월 정식 출범했다. ESG포럼을 준비하면서 기업을 위해서 좀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이 무엇일까 고민했고, E·S·G 각 이슈를 주제로 3회에 걸쳐 충실하게 진행한 결과, 고객들로부터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ESG 경영에 초점을 맞추어 기업컨설팅과 자문을 제공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대상그룹, 한화그룹 등을 상대로 기업교육을 제공하였고, 기존 고객들을 상대로 한 컨설팅도 진행 중이다."

-변호사로서, 법무부장관 출신으로서, 지구와사람 대표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법무법인 원의 ESG센터장을 맡고 있어서 앞으로도 ESG와 지구법학을 연결지어 제도와 문화의 대안을 만들고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교육구조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첫 비검찰 출신 장관으로 검찰 내부에서 우려가 상당했는데 막상 장관이 된 후 소통을 통해 검찰을 중립적으로 잘 이끌었다는 긍정 평가가 많다. 차기 정부 법무장관에게 필요한 자질과 당부할 말이 있다면.
"법무부에 있을 때부터 실감한 것은 우리가 법치주의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에 법무부 장관으로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내면서 절차적 법치주의의 흠결을 강력히 주장했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장에서 갑작스레 통과됐고 어떠한 청문 절차도 없었다. 민주적 선거제도는 상당히 정착되는 성과를 이루었는데, 법치주의 정신과 철학이 살아 움직이는 합리적 절차와 국가운영에 중점을 두고 법무부가 그를 위해 기여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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