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법인 출범·사내이사 선임···클라우드 시장 공략 의지 드러내
3일 클라우드 업계에 따르면 KT와 NHN은 지난 1일 클라우드 자회사 KT클라우드와 NHN클라우드를 출범했다. 네이버의 클라우드 자회사 네이버클라우드도 신규 사내이사를 선임하며 국내외 클라우드 시장 공략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KT는 사내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부와 이와 연관된 용산, 목동(2개), 강남, 분당 등 수도권 5개 데이터센터 등 총 1조7000억원 상당 자산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분리해 KT클라우드를 출범했다. 초대 대표에는 KT 클라우드 사업 원년 멤버인 윤동식 KT 클라우드·IDC사업추진실장(부사장)이 취임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 3월 이사회를 개최하고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김태창 사업본부장(전무)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사업이 성장함에 따라 재무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경쟁사 등장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공공·금융 대상 영업을 강화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세 회사를 두고 업계에선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클라우드 등 이른바 글로벌 빅3 클라우드 사업자와 경쟁할 수 있는 기술 역량을 갖춘 국내 사업자가 시장에 등장한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연 30% 성장세···클라우드 빼놓고 AI·빅데이터 논할 수 없어
클라우드란 기업이 앱, 게임, 홈페이지 등 신규 IT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비싼 서버·네트워크 하드웨어와 운영 소프트웨어를 직접 구매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빌려 쓰는 서비스를 말한다. 클라우드 기업은 기업이 원하는 시점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대여할 수 있도록 대규모 데이터센터에 미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준비해 놓는다. 기업과 개발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만큼만 이용료를 내면 되기 때문에 초기 투자 비용을 줄이고 빠르게 IT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으며, 실패에 대한 리스크도 최소화할 수 있다.
초창기 클라우드는 홈페이지 호스팅 등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렀으나 IT 기술 발전에 힘입어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개발,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운영 자동화 등 다양한 최신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기업과 개발자가 서비스의 토대(백엔드)는 클라우드에서 빌려 쓰고 이용자와 접점(프런트엔드)만 직접 개발하는 모습이 보편화하고 있다.
클라우드를 빼놓고 신규 IT 서비스 개발·운영을 논할 수 없게 됨에 따라 국내외 클라우드 시장도 연 20~30%씩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3949억 달러(약 481조7000억원) 규모였던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은 올해 4820억 달러(약 588조원), 내년 5879억 달러(약 717조원)에 이어 2025년 8375억 달러(1021조7000억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도 지난해 3조3000억원 규모에서 올해 4조~5조원, 2025년 11조6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급성장하는 클라우드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존재감은 아직 미약하다. 매출과 기술력을 토대로 평가하는 가트너 매직 쿼드런트에 따르면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은 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클라우드 등 리더 세 곳과 알리바바클라우드, 오라클, IBM, 텐센트클라우드등 틈새 사업자 네 곳이 주도하고 있다. 국가별 구성으로 보면 미국 5곳, 중국 2곳이다.
국내 시장조차 초기부터 사업을 전개한 해외 기업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실제로 지난해 매출을 비교하면 KT클라우드는 4559억원, 네이버클라우드는 3800억원, NHN클라우드는 2197억원을 거뒀다. 3사를 합쳐 약 1조원대 클라우드 매출을 올렸다.
반면 AWS는 지난해 국내에서 조 단위 매출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AWS코리아가 유한책임회사로서 공시의무 예외 대상이라 정확한 국내 매출을 공개하지 않지만 국내 시장 규모와 점유율(약 50%)을 토대로 추산한 수치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2020년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와 오피스365를 포함한 '서비스 등 기타 매출'로 4464억원을 기록했고, 연 40~50%에 달하는 높은 성장세를 고려하면 지난해에는 6000억원대 매출을 거뒀을 것으로 추산된다.
AWS·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매출이 높은 이유로는 빠르게 사업을 전개해 기술 우위를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디지털 전환에 관심이 큰 대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한 것이 꼽힌다. 실제로 삼성전자, LG전자, 대한항공 등 주요 대기업이 클라우드를 선택할 때 이들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을 대신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축·운영하는 클라우드 관리 사업자(MSP)도 AWS·마이크로소프트를 최우선 플랫폼으로 보고 해외 클라우드에 능통한 인력을 선호할 정도다.
다만 전문가들은 KT클라우드·네이버클라우드·NHN클라우드의 매출 성장세가 16.6~65.4%(평균 40.3%)로 AWS·마이크로소프트 못지않게 높아 국내 시장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는 그림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클라우드보안인증이 없어 AWS·마이크로소프트가 정부 기관과 금융사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동안 공공·금융 클라우드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중견기업의 디지털 전환 수요를 확보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게 세 회사의 공통된 계획이다. 일례로 KT클라우드는 2026년까지 매출을 2조원대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세 회사는 행정안전부가 2025년까지 정부 IT 시스템 중 절반을 민간 클라우드로 이전하고, 과기부가 올해 클라우드 전환에 979억원을 투입하는 것에 따른 수혜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업계에선 올해 세 회사 매출 합계가 1조4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 회사는 공공·금융을 넘어 국내 게임사와 스타트업 공략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기술 수준은 AWS·마이크로소프트보다 다소 떨어지지만 빠른 지원 속도와 개발자 소통이 강점이다. 예를 들어 AWS는 지난 1월 서비스 장애로 '오딘' '언디셈버' '라스트오리진' 등 고객사 서비스가 함께 멈추는 문제를 일으켰는데,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을 원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세 회사로 옮기려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핵심인 데이터센터 확대에도 주력한다. KT는 자산운용사와 협력해 2024년까지 대규모 데이터센터 설립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올해 내로 공개한다. 현재 서울 근교 데이터센터에서 서비스를 제공 중인 네이버클라우드는 올해 말 세종시에 국내 최대 규모 데이터센터인 '세종: 각'을 완공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다. NHN클라우드는 판교 데이터센터에 이어 김해(기업), 광주(AI), 순천(공공) 등에 특화 데이터센터를 세우고 관련 고객 확대에 나선다.
세 회사는 KT, 네이버, NHN 등 모회사가 100% 지분을 가진 형태로 운영되며, 모회사 주주가치 보호를 위해 별도의 상장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다만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지속해서 확충하기 위해 글로벌 투자사 등 외부 투자 유치 가능성은 열어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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