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초대 총리 후보자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명됐다. 여기에는 여러 의미가 내포돼 있다. '경제통'이라는 전문성과 이력 외에도 출신 지역과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다목적 카드로 분석된다.
①거시·실물경제 경험 두루 갖춘 '경제 구원투수'
새 정부의 최우선 당면 과제는 '경제'다. 코로나19 사태로 고꾸라진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하고, 토라진 부동산 민심도 챙겨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으로 민생을 더 어렵게 하는 인플레이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윤 당선인은 일찌감치 제일 중요한 건 '경제'라고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거시경제와 실물경제 경험을 두루 갖춘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윤석열 정부의 '경제 구원투수'가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1970년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경제기획원을 거쳐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등을 역임하며 '경제통'으로서 이력을 쌓아왔다. 새 정부가 경제와 안보라는 '두 수레바퀴'를 굴릴 사령탑을 찾고 있다는 점에서 한 후보자 이력이 부합한다는 평가다.
②'국정 경험 無, 0선 대통령'과 합 맞출 인물로 적합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국회의원 경력 없는 최초의 '0선 대통령'이라는 윤 당선인으로서는 함께 국정을 운영할 인물이 필요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정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 행정부 2인자가 돼야 한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이런 점에서 한 후보자는 적임자다. 윤 당선인은 한 후보자에 대해 "민관을 아우르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각을 총괄하고 조정하면서 국정 과제를 수행해나갈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한 후보자는 '경제와 안보'라는 국정 운영의 두 축을 총괄할 인물로 꼽힌다. 이명박 정부 시절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할 때 주미 대사로서 사안에 깊숙이 관여했다. 윤 당선인은 새 정부 과제에 대해 "대내외적 엄중한 환경 속에서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기틀을 닦을 것"이라며 "경제와 안보가 하나가 된 '경제·안보 시대'를 철저히 대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③낙마하면 국정 공백 우려···尹, 청문회 통과 가능성 염두
역량과 자질 못지않게 인사청문회의 원만한 통과 가능성도 중요하다. 더불어민주당 측 반대로 초대 총리 후보자가 낙마하면 새 정부 국정에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 출범 초기부터 국정 운영 동력이 저하되면서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 호남 지역을 전통적 지지 기반으로 하는 민주당이 전북 전주 출신인 한 전 총리에 대해 국회 인준을 완강히 반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두루 요직을 거친 만큼 민주당이 큰 반대를 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07년 총리 후보자로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무난히 통과한 점도 검증에 대한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으로 꼽힌다.
슬하에 자녀가 없어 병역과 재산 상속 등 가족을 둘러싼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④여소야대·역대 최소 격차 당선 부담···尹 "협치"
윤 당선인 취임 후 국회는 여소야대로 전환한다. 172석을 가진 민주당이 거대 야당이 되는 만큼 '윤석열표 공약' 실현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시작하는 만큼 '협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꼽힌다. 또한 역대 최소 격차(0.73%포인트 차이)로 당선됐다는 점도 임기 시작과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윤 당선인으로서는 국민들이 확실하게 힘을 실어준 게 아니기 때문에 다른 후보를 선택한 민심도 끌어안아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좌우 진영 인사들을 균형 있게 발탁해 통합과 협치 메시지를 모두 보여주는 '대탕평 인사'를 구현하고 싶은 속내도 엿보인다. 앞서 그는 인수위에 호남 출신이거나 옛 민주당 인사들을 대거 중용한 바 있다. 연장선으로 총리 후보자 임명에도 '대탕평 인사'를 보여주며 국민 통합을 시작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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