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전문가들은 금리인상기에 선방할 수 있는 펀드로 가치주와 배당주 펀드를 지목했다. 성장주 펀드 중에서는 지속적으로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미국 테크주에 주목했다.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대체투자형 펀드에 대한 관심도 촉구했다.
이희권 메리츠증권 광화문금융센터 2Sub지점장은 "현재 채권시장 지표상으로는 연방 준비제도(Fed)의 빅스텝(50bp 인상)이 확정적인 상황"이라며 "주식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가치주와 배당주 펀드가 선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지점장은 "가치주는 현재 밸류에이션이 싼 상황이다. 미래 성장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지만 반대로 현금은 많이 가지고 있다"며 "금리 인상기에는 현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매력 포인트다. 성장주의 밸류에이션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가치주가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신사업에 진출하거나 인수합병을 추진할 경우 밸류에이션을 재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고려아연의 2차전지 사업 진출이다. 2018년 LG화학과 배터리 핵심 소재 전구체의 원료인 황산니켈 제조업체를 설립하고 동박 제조업에 진출하는 등 사업 확장을 통해 가치주가 밸류에이션을 높인 사례다.
이 지점장은 "금리 인상기에는 가치주 특유의 하방경직성과 현금활용 수단이 많아지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하방이 확실한 상황에서 현금으로 알짜배기 기업을 인수하면 밸류에이션을 재평가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홍석 미래에셋증권 대치WM센터 선임은 미국 테크주에 주목했다. 금리 인상으로 성장성이 희소해질 경우 이들 미국 테크주 펀드가 더 각광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 선임은 "미국의 기준금리가 오를 경우 미국 시장과 미국 외 시장 간의 수요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금리인상의 원인이 인플레이션인 점을 고려하면 가격 결정력을 가지고 있는 섹터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미국의 빅테크기업이야말로 가격 결정력을 바탕으로 원가 상승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업종"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미국 빅테크 기업은 지난 2월 2021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여전히 긍정적인 가이던스를 유지했다. 애플과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아마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의 주가 역시 실적 발표 이후 지속적으로 오름세다.
이한동 유진투자증권 서울WM센터 차장은 BDC(기업성장 집합투자기구) 펀드와 공모주 펀드를 제시했다. 상대 수익률이 악화될 것으로 보이는 주식형 펀드가 아닌 대체투자형 펀드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BDC펀드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상대로 대출을 제공하는 론 관련 펀드다. 주요 수입원은 대출에 대한 이자 수령이다.
이 차장은 "중소기업이라고 하면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지만 미국의 중소기업 기준은 한국과는 다르다. 한국의 중견기업 이상의 기업이 미국에서는 중소기업으로 분류된다"며 "생각보다 견실한 기업에 투자하는 만큼 안정성도 상당히 높다. 또 금리인상기에는 조달 금리도 오르는 만큼 수익률도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공모주 펀드도 여전히 유효한 투자처라고 진단했다. 올해 현대오일뱅크과 마켓컬리 등 주요 기업들의 기업공개(IPO)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 차장은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투자자라면 비상장 단독으로 구성된 사모펀드의 문을 두드리는 방법도 있다. 공모주펀드는 경쟁률 때문에 물량을 만족스럽게 받기 힘들지만 사모펀드는 다르기 때문"이라며 "불과 5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마켓컬리에 사모로 투자한 사람들은 기업가치 2조5000억원에 경쟁률 없이 투자할 수 있었다. 현재 마켓컬리의 기업가치는 4조원 이상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