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배터리란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해 전류를 흐르게 하는 물질인 '전해질'을 기존 전지처럼 액체가 아니라 고체로 바꾼 것이다. 고체 소재를 사용하면 유기 용매가 없으므로 이론적으로 불이 붙지 않아 안전성이 높아진다. 또 음극을 흑연·실리콘 소재 대신 리튬 금속을 적용할 수 있어 에너지 밀도 향상도 가능해 기존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제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중국 기업들, 전고체 배터리 투자 활발
중국 정보통신(IT) 매체 36커 등에 따르면 올해 1~3월 3개월간 중국 전고체 배터리 생산업체 7곳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대표적으로 웨이란신에너지다. 웨이란신에너지는 최근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로부터 투자받은 지 3개월 만에 또다시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36커는 중국 기업 정보 플랫폼 톈옌차를 인용해 지난달 말 웨이란신에너지의 지배구조에 변화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웨이란신에너지 주주 명단에 샤오미 산하 후베이 샤오미 창장산업펀드, 화웨이의 창업투자회사인 하보커지가 포함된 것. 자본금도 기존보다 5.7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화웨이와 샤오미가 지난해 11월 웨이란신에너지의 C시리즈 투자에 참여한 이후 또다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화웨이와 샤오미는 전기차 제조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웨이란신에너지에 5억 위안(약 952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웨이란신에너지는 화웨이가 현재까지 공개적으로 투자한 유일한 리튬배터리 생산업체라고 36커는 전했다.
웨이란신에너지는 '중국 리튬배터리 아버지'로 불리는 천리취안 중국 과학원 원사이자 과학원 물리연구소 교수가 지난 2016년 설립한 회사로 전고체·반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주로 연구·개발하고 있다. 베이징에 본사를 두며 베이징 팡산, 장쑤성 리양 등 2곳에 생산 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웨이란신에너지는 최근 1년 사이 지리자동차, 니오, 톈치리튬 등 주요 기업들로부터 3차례나 직·간접 투자를 받게 됐다고 36커가 전했다.
중국 부동산기업 비구이위안도 지난달 타이란신에너지, 가오넝스다이, 언리동력 등 중국 전고체 배터리 기업에 잇달아 투자했다. 지난해 매출 기준 1위인 비구이위안은 지난 2018년 신에너지자동차 타운을 설립하는 등 신에너지차 시장 진출의 신호탄을 본격 쏘아 올리며 배터리 관련 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이외에도 중국 대표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 중국 최대 배터리 생산업체 닝더스다이(CATL) 등 업체들도 앞다퉈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펑차오에너지도 앞서 중국과학원과 전고체 배터리 기술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2025년까지 양산차에 에너지 밀도가 킬로그램(㎏)당 최대 500와트시(Wh)의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완벽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는 2030년에야 가능할 전망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 및 상용화가 필수다. 이에 일본과 미국, 캐나다, 한국 등 여러 국가들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고분자계(폴리머) 전고체 배터리 등을 개발한 반면, 중국은 쉽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액체 전해질의 장점과 안전한 고체 배터리의 장점을 살린 고·액체 혼합 배터리를 개발했다. 이와 관련해 리훙 중국과학원 물리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의 고·액체 혼합 배터리는 일본과 한국이 개발 중인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와 다르고, 미국의 리튬금속배터리와도 다르다"며 "양산하는 데 쉽고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안전하다"고 전했다. 중국은 다른 국가보다 뒤처졌지만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전고체 배터리를 대량 양산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자평하는 이유다.
하지만 사실상 완벽한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기술적 난제와 높은 양산 비용 탓에 단시간 내 양산이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중국 기업들이 출시한 전고체 배터리가 완전한 전고체 배터리가 아니라는 이유로 시장 인정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1월 세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출시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둥펑자동차의 펑선E70은 반고체 배터리에 해당된다고 중국 경제 매체 매일경제신문이 짚었다. 둥펑자동차가 공개한 펑선E70 설명을 보면 펑선E70는 세계 최초로 유연한 고체 분리막을 기반으로 한 고·액체 리튬 이온 배터리를 탑재했다고 쓰여져 있다. 다시 말해 배터리 겉면을 고체 분리막으로 감쌌을 뿐 내부에는 여전히 액체 전해질을 사용했다는 얘기다.
니오의 첫 번째 전기 세단인 ET7에 적용됐다는 웨이란신에너지의 전고체 배터리도 사실상 90%의 고체와 10%의 액체 전해질이 섞인 반고체 배터리로, 완전한 전고체 배터리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2030년이 돼서야 중국의 전고체 배터리의 대규모 응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전기차협회 부회장 겸 중국과학원 연구원인 오우양밍가오는 최근 전기차 100인 포럼에서 중국 배터리 기술 로드맵을 보면 2025년까지 전고체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당 350Wh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기존 리튬 이온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255Wh/㎏에 달한다.
오우양 부회장은 2030년이 돼서야 완벽히 액체 배터리에서 전고체 배터리로 전환될 것이라면서 2030년엔 전고체 배터리 에너지 밀도가 400Wh/㎏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후 2035년엔 전고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500Wh/㎏를 훌쩍 넘을 것이라면서 에너지 밀도가 높은 만큼 충전시간을 단축하고 주행거리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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