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트코인 공부하라"...'괴짜 판사'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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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2-04-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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갚을 수 없는 빚에 짓눌려 고통받는 개인이나 기업이 최후의 보루로 찾아가는 곳, 서울회생법원에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꼽히는 블록체인(block chain·데이터 분산 처리기술)을 공부하는 '괴짜 판사'가 있다. 바로 이정엽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다.

블록체인법학회장이기도 한 그는 회생법원 판사석에 앉아 파탄 직전에 놓인 개인이나 기업을 보면서 '혁신'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다. 이 부장판사는 "사회 다변화에 준비가 안 돼 있으니 기업이나 개인이 코로나 등 위기가 왔을 때 버티지 못하는 것 같다"며 "계속해서 혁신해야 한다. 개인도 기업도 변곡점이 되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法)과 블록체인,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그는 블록체인과 관련한 법이나 제도, 정책 등을 어떻게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내일의 부를 원한다면 지금 가장 큰 혁신의 하나인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연구하고 혁신의 물결에 좌초하지 않을 자산을 취득하기 위한 투자의 모험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정엽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블록체인법학회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블록체인 기술에 꽂힌 IT공룡들
미국의 IT공룡이라 불리는 이른바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는 이미 블록체인 기술에 꽂혀 그 사업을 확장시키고 있다. LG, SK, 현대차, 삼성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도 '블록체인 생태계' 주도권 선점 경쟁이 뜨겁다.

이 판사는 블록체인 탄생 전이 모바일 시대 '웹 2.0'이었다면, 지금은 비트코인, NFT(대체불가토큰) 등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웹 3.0' 시대가 열렸다고 강조한다. 이 판사는 "저는 잠재력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며 "10년 후 구글과 페이스북 등이 없어지고 그걸 대체할 거대한 마켓이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법과 제도는 기술의 속도를 못 따라가는 실정. 이 판사는 무조건적인 규제보단 사기성 프로젝트 감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판사는 "돈이 되니까 사기성 프로젝트들이 발생하는데 경찰이나 금융 쪽 인력과 비용을 보강해 그것을 조사하고 막는 방식으로 법제화가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공부하라"...법원도 공부 중

이정엽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블록체인법학회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그는 "비트코인을 공부하라"고 강조한다. 블록체인 기술로 탄생한 대표적인 사례가 디지털 자산 '비트코인'이다. 이 판사는 "지금 비트코인 등 디지털 자산 생태계가 별것 아니게 보이지만 10년간 시가총액이 1조 달러가 넘는 거함이 됐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라고 반문하며 "비트코인을 둘러싸고 법률적으로 다툴 시간도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보호나 자금세탁방지를 이유로 디지털 자산이 가진 잠재력을 없애버리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 판사는 "자율성을 없애고 진입장벽만 높이는 방식으로 혁신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 판사를 포함해 법원도 비트코인을 공부 중이다. 비트코인도 몰수해야 하는지, 암호화폐를 채권으로 인정해야 하는지 등 새로운 현안이 법원에 들이닥친 게 계기가 됐다. 지난 2017년 비트코인 몰수 문제가 법정에 올랐는데, 1심은 비트코인이 경제적 가치가 없는 소프트웨어에 불과하다고 보고 몰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가치가 있다고 봤고 대법원도 이듬해 9월 비트코인을 몰수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 판사는 "비트코인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고 있는 상황 속에서 계속 뜨니까 현재 전 세계에서 화폐 수준에서 유일하게 받아들여진 디지털 자산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이 나오면서 '화폐'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건 사실상 처음일 텐데, 비트코인을 공부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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