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3대 인구구조 변화, 막을 수 없다면 적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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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입력 2022-04-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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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놓쳐서는 안 될 것을 놓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등과 같은 당장 앞에 들이닥친 시급한 현안에 흔들리다 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를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는 한국에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인구구조 변화를 이해하고, 어떤 중장기적 대응이 필요할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인구 보너스 시대에서 인구 오너스 시대로
인구 감소는 이미 시작되었다. 2020년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원년이 된다. 인구는 2020년 약 5184만명에서 2021년 약 5174만명으로 감소했다. 통계청은 이후에도 줄곧 인구가 감소해 2041년 5000만명 선을 밑돌 것으로 추계했다. 이마저도 2020년 출산율이 유지될 것으로 전제했을 때다. 합계출산율은 이미 2020년 0.84명에서 2021년 0.81명으로 하락했다.
 
경제학에서 인구는 곧 노동력과 소비력을 뜻한다. 그동안 한국 경제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제성장 효과를 누리는 인구 보너스(demographic bonus) 시대였다. 생산연령인구(만 15~64세)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노동력이 생산활동에 투입되고, 다시 소비활동 증가로 연결되는 시대였다. 2020년 이후 인구가 본격적으로 감소함에 따라 생산과 소비가 수축하는 경제에 들어섰고, 노동력 부족이나 인건비 상승과 같은 문제가 함께 수반되는 인구 오너스(demographic onus) 시대로 전환되었다.
 
한국이 당면한 제1의 과제, ‘빠른’ 고령화
한국이 세계 1등 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고령화 속도’다. 즉,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전되고 있는 나라다. 이제 2025년 초고령사회(Post-Aged Society)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다. 일본과 독일은 이 기간이 각각 12년, 37년 소요되었다. 미국은 약 21년 걸리는 것으로 추계된다. 한국은 불과 7년이다.

 

 

고령화가 너무 빠르게 진전되다 보니 사회가 준비도 못 한 채 낯선 환경에 던져질 수 있다. 일할 사람은 줄어드는데 부양해야 할 사람은 늘어나고 있다. 2022년 하반기에 당장 현안이 될 사안 하나가 국민연금 개혁 아닌가? 생산연령인구 감소 그 자체보다도 상대적으로 많은 고령자를 부양해야 하는 부담마저 가중되는 현상이 한국 경제의 성장성을 크게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기구나 국내 주요 기관들이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할 것으로 판단하는 주된 근거도 ‘빠른’ 고령화에 있다.
 
1인 가구가 표준이 되는 시대
‘나 혼자 산다’가 대세다. 인구가 줄어도 가구는 늘어난다. 1인 가구가 매우 빠른 속도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2000년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에서 약 15.5%에 불과했으나 2020년 약 30.3%를 기록하고, 2030년 33.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에도 1인 가구가 다른 유형의 가구보다 절대적으로 많았고, 앞으로는 지배적인 가구 유형이 될 것이다. 1인 가구가 가구의 새로운 표준, 즉 뉴노멀(New normal)이 되는 것이다.

 

 

1인 가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주된 이유는 미혼, 이혼, 사별 등이다. 특히 국내 미혼 싱글족이 2020년 약 365만가구에서 2030년 약 454만가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1인 가구가 급증하는 현상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사별 등에 따른 독거노인이 급속히 늘어서다. 1인 가구 중 65세 이상 독거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25.8%에 달하지만 2030년과 2040년에는 각각 34.8%, 44.0%를 기록하며 기하급수적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결국 1인 가구를 중심으로 가구 구조가 변화하는 현상도 인구 감소 및 저출산·고령화와 맞닿아 있는 것이다.
 
인구의 구조적 변화에 주목하라
첫째, 인구구조 변화 속도를 조절하라. 변화가 정해진 미래라면 경착륙이 아닌 연착륙이 필요하다. 급격한 변화에는 사회가 적응할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변화 속도를 늦추어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정부는 저출산·고령화를 초래하는 원인을 다각적으로 확인하고 원인에 해당하는 요소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인구정책을 집중해야 한다.
 
둘째, 인구구조 변화를 막을 수 없다면 적응해야 한다. 노동력 부족, 노년 부양비 가중, 국민연금 고갈, 지방 소멸, 대학 구조조정 등과 같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산적한 문제들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 도입했던 그 어떤 정책들보다 더욱 적극적인 특단의 대책들을 모색해야만 한다. 문제는 인구구조 변화 그 자체가 아니라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충격에 있기 때문이다.
 
셋째, 변화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탐색하라. 기업들은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시니어 비즈니스 전략을 마련하고, 시니어에 적합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에이징 테크(Aging Tech) 도입에 투자해야 한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사회에 진입한 독일, 일본, 미국 등과 같은 나라에 등장한 시니어 비즈니스 사례들을 확인하면서 비즈니스 기회를 탐색하는 것도 적절할 수 있겠다. 인구문제가 가장 중대한 사회문제로 부상하는 만큼 시니어 비즈니스적 접근이 곧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한편 1인 가구가 가구의 표준으로 부상한 만큼 ‘가구’라는 개념에 대한 재정의를 통해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맞춤화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센터 본부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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