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수은이 부산으로?"…국책은행 지방이전 이슈에 금융권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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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2-04-0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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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DB]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정치권의 지방이전 요구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금융권 내부에선 기관의 특성과 무관하게 정치 논리에 따라 이전이 강행될 경우, 당초 기대했던 지역경제 발전에 큰 효과가 없을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지방 이전은 오히려 금융권 자체 경쟁력 약화만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조만간 지방으로 이전할 공공기관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금융기관 중 지방 이전이 가장 유력시되고 있는 곳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주요 공약으로 수차례 언급한 바 있는 산업은행이다. 윤 당선인 공약집 상에는 ‘KDB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해 (부산에 대해) 스마트 디지털 경제 도시 도약을 추진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또 다른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도 지방 이전 검토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최근 국민의힘 의원과의 오찬 자리에서 "부산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있어야 지역 발전이 이뤄진다"고 언급하며 금융기관의 부산으로의 패키지 이전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도 선거철만 되면 의례적으로 국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들의 본점 이전 이슈가 거론되곤 했으나 이번에는 국책은행 직원들의 위기감이 남다르다. 청와대에서 용산으로의 집무실 이전을 강행하는 과정 등을 비추어 볼 때 속도전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산은 이전을 시작으로 수은, 기업은행 등 연쇄 이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여타 국책은행과 유관기관들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책은행 지방 이전의 가장 큰 명분으로는 '지방 균형발전'이 꼽힌다. 수도권에 집중된 인프라를 분산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 지역도시의 젊은 세대 이탈과 고령화를 막겠다는 기대도 포함됐다. 실제 이 같은 기대를 안고 부산과 전북, 대구 등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서로 국책은행 본점을 유지해야 한다며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의 지방이전이 당초 기대와 달리 지역 발전은커녕 금융업 특성 상 경쟁력 약화만 가져올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금융산업의 경우 인적·물적 인프라를 한곳에 모으는 집적 효과가 중요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주요국들 역시 런던, 뉴욕, 홍콩 등 '금융허브(금융중심지)'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국책은행이 지원하고 거래하는 기업을 비롯해 외국계 투자자, 금융사, 금융당국 등이 서울에 몰려 있다. 

산업은행 수장인 이동걸 회장은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의 지방 이전 이슈와 관련해 '소탐대실'이라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산은이 간다고 돈이 부산에 가는 게 아니다"라며 "근본적인 인프라와 기술을 갖춰나가고 금융이 도와줘야 하는데 몰이해 탓에 지역 정치인들이 잘못된 주장을 한다. ​말이 마차 앞에 있어야 하는데 마차를 말 앞에 두고 끌어보라고 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은과 수은 등의 경우 현행법 상 소재지를 서울로 못박고 있는 상태여서 지방 이전을 위해서는 법 개정도 거쳐야 해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고, 서울을 금융허브로 육성하기 위한 계획에도 심각한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금융산업 발전에는 무관심한 채로 표심만 자극하려는 정치권 시각 역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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