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 등에 직원들을 파견해 세무조사에 필요한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한 바 있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일반적인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비정기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곳이다. 주로 기업 탈세나 비자금 조성 등에 관한 혐의 또는 첩보가 있을 때 조사에 착수한다.
이 때문일까. 현대산업개발은 이번 세무조사와 관련해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며 “조사에 대한 세부적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또한 국세청은 현대산업개발 용산 본사뿐 아니라 삼성동 아이파크타워에 위치한 HDC 정몽규 회장실에도 인원을 투입해 세무조사에 필요한 자료 등을 예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옛 현대산업개발 본사가 위치했던 아이파크타워에는 현재 현대산업개발 지주사인 HDC가 입주해 있다.
국세청이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대대적 세무조사를 착수한 정확한 배경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6월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 사고와 올 1월 광주 화정 아이파크 공사장 붕괴 사고가 연이어 터졌고,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게 불거진 점을 봤을 때 이번 세무조사 역시 이들 사고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관련 현대산업개발과 시행사 등 간에 이뤄진 자금 거래를 면밀히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달 28일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부동산 시행업체 대표가 23필지 상당 아파트 부지를 사들이고 이전 등기를 생략해 양도세를 포탈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경찰은 현대산업개발 본사 등 관련성을 수사하는 한편 국세청에 관련 내용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는 2017년 8월 이후 4년 7개월여 만이다.
당시에도 서울국세청 조사4국 주도하에 조사가 진행됐다.
국세청은 당시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특별 세무조사 기간을 연장까지 하며 거액의 세금을 추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2020년 12월에는 지주사인 HDC 역시 특별 세무조사를 받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현대산업개발이 연이은 붕괴 사고 책임론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가운데 경찰 수사에 이어 국세청 조사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처분도 내려졌거나 예고됐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해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에 ‘8개월 영업정지’라는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 밖에도 국토교통부는 현대산업개발이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에 대해 책임이 크다고 보고 ‘등록 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 처분을 내려줄 것을 서울시에 요청한 상태다. 서울시는 6개월 안에 추가 처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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